음악과 시가 만날 때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21번 D. 960 - 세상 뜰 때 : 황동규

들꽃 호아저씨 2022. 12. 27. 16:34

 

세상 뜰 때 / 황동규

올더스 헉슬리*는 세상 뜰 때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사중주를 연주해달라 했고

아이제이어 벌린**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소나타를 부탁했지만

나는 연주하기 전 조율하는 소리만으로 족하다.

끼잉 깽 끼잉 깽 댕 동, 내 사는 동안

시작보다는 준비 동작이 늘 마음 조이게 했지.

앞이 보이지 않는 빡빡한 갈대숲

꼿꼿한 줄기들이 간간이 길을 터주다가

옆에서 고통스런 해가 불끈 솟곤 했어.

생각보다 늑장 부린 조율 끝나도 내가 숨을 채 거두지 못하면

친구 누군가 우스갯소리 하나 건넸으면 좋겠다.

너 콘돔 가지고 가니?

* 헉슬리, 영국의 소설가

**벌린, 영국의 문화 비평가

-<사는 기쁨>(황동규, 문학과지성사, 2013)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피아노소나타 21번Piano Sonata in B flat Major D. 960

I. Molto moderato

II. Andante sostenuto

III. Scherzo

IV. Allegro ma non troppo

 

메나헴 프레슬러Menahem Pressler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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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舒伯特】降B大调第二十一钢琴奏鸣曲 D.960|梅纳海姆·普莱斯勒_哔哩哔哩_bilibili

YouTube 曲:Piano Sonata in B flat Major, D. 960 作曲:Franz Schubert(弗朗茨·舒伯特) 独奏:Menahem Pressler(梅纳海姆·普莱斯勒) 2011 收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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