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생각건대/생각컨대, 고백건대/고백컨대, 짐작건대/짐작컨대
생각건대, 고백건대, 짐작건대
[우리말 톺아보기] 생각건대/생각컨대
‘단언하건대’의 준말은 ‘단언컨대’, ‘고민하건대’의 준말은 ‘고민컨대’이다. 그렇다면 ‘생각하건대’의 준말은? 유감스럽게도 ‘생각컨대’가 아니라 ‘생각건대’이다. ‘무심하지 않게’의 준말은 ‘무심치 않게’이지만 ‘섭섭하지 않게’를 줄이면 ‘섭섭치 않게’가 아니라 ‘섭섭지 않게’가 된다.
‘-하다’가 붙은 말을 줄일 때 어떤 경우에는 ‘하’가 모두 줄고 어떤 경우에는 ‘하’의 모음인 ‘ㅏ’만 줄어들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어려운 것 같지만 원칙 하나만 기억하면 쉽다.
‘-하다’ 앞에 ‘ㄱ, ㅂ, ㅅ’ 등의 무성음 받침이 있으면 ‘하’가 모두 준다. ‘생각하건대’는 ‘-하다’ 앞의 말(생각)이 ‘ㄱ’받침으로 끝나기 때문에 ‘하’가 통째로 줄어 ‘생각건대’가 되고 ‘생각하지 않다’는 ‘생각지 않다’가 된다. 같은 이유로 ‘섭섭하지 않게’는 ‘섭섭지 않게’, ‘깨끗하지 않게’는 ‘깨끗치 않게’가 아니라 ‘깨끗지 않게’ 로 준다. ‘답답하지 않다’는 ‘답답지 않다’, ‘갑갑하지 않다’는 ‘갑갑지 않다’, ‘넉넉하지 않다’는 ‘넉넉지 않다’가 되는 이유이다. 다소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나 ‘무색하게 하다’는 ‘무색케 하다’가 아니라 ‘무색게 하다’, ‘거북하게 하다’는 ‘거북케 하다’가 아니라 ‘거북게 하다’가 맞는 표현이다.
‘하’의 모음인 ‘ㅏ’만 줄이는 경우는 ‘-하다’ 앞에 모음이나 ‘ㄴ, ㅁ, ㅇ’ 등의 유성음 받침이 있을 때이다. 이 경우에는 ‘ㅎ’의 음가가 살아 다음 말과 결합한다. 따라서 ‘단언하건대’는 ‘단언컨대’, ‘고민하건대’ ‘고민컨대’, ‘무심하지 않게’는 ‘무심치 않게’, ‘연구하도록’은 ‘연구토록’, ‘수사하도록’은 ‘수사토록’과 같이 줄여 쓸 수 있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
[우리말바루기] 739. '참석키로'(?) 했다
"이번 회담에는 34개국 정상이 참석키로 돼 있었다." "이 회사는 PC 부문과 프린터 부문을 통합키로 했다."
위 예문에서 '-하기로'를 줄여 '-키로'로 적은 '참석키로, 통합키로' 등은 어문 규정상 올바른 형태가 아니다. '참석기로, 통합기로'처럼 적어야 옳다.
한글 맞춤법은 "어간의 끝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고[간편케(간편하게), 다정타(다정하다), 연구토록(연구하도록), 정결타(정결하다), 가타(가하다), 흔타(흔하다)], 어간의 끝음절 '하'가 아주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갑갑지(갑갑하지), 거북지(거북하지), 생각건대(생각하건대), 생각다 못해(생각하다 못해), 깨끗지(깨끗하지), 넉넉지(넉넉하지), 답답지(답답하지), 섭섭지(섭섭하지), 익숙지(익숙하지)' 등은 '하'가 완전히 줄어든 예다. 이런 형태는 안울림소리(ㄱ,ㅂ,ㅅ 등) 받침 뒤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참석기로, 통합기로'처럼 쓰는 게 어색하다는 사람도 많다. 그런 때는 '참석하기로, 통합하기로'처럼 '하'를 살리는 융통성을 발휘하면 된다.
2006/06/13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