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번 : 그리고리 소콜로프 - 수목장(樹木葬) : 권대웅

들꽃 호아저씨 2025. 7. 6. 21:57

 
 

수목장(樹木葬) / 권대웅

나무에게로 가리

해에게도 가지 않고 달에게도 가지 않고

한 그루 큰 말씀 같은 나무에게로 가리

깊고 고요한 잠

나뭇잎은 떨어져 쌓이고 세상에서 나는 잊히고

땅 밑을 흐르는 구름과 별들 양치식물들 눈뜨는

시간 속으로 뿌리 같은 손길 하나가 다가와 나를 깨우면

훅, 달의 뜨거운 호흡에 빨려드는 바닷물처럼

나는 푸른 나무의 바다로 들어가리

아득하여라 나무의 바다 속

바람 불고 봄이 오고 빗방울 떨어져

어떤 기운이 꽃봉오리 꼭 잠긴 몸속으로

나를 밀어내면 아, 나를 밀어내면

비로소 알게 되리

햇빛과 꽃잎과 만나 열리는 저 존재의 비밀을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하늘과 땅의 팔만대장경을

또 다시 나뭇잎은 떨어지고

햇빛과 빗물과 추억은 날아가

살아남은 것들의 들숨이 되고 치유가 되어

이 세상 천지간 무소유로 선

나무에게로 가리

사람에게도 가지 않고

저 세월 속으로도 흐르지 않고

한 잎 피고 지는 것도 화엄(華嚴)인

나무에게로 가리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권대웅, 문학동네, 2017초판, 2021)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32번Klaviersonate Nr. 32 in c-Moll Op. 111
I. Maestoso-Allegro con brio ed appassionato
II. Arietta-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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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钢琴】Grigory Sokolov, 贝多芬: C小调钢琴奏鸣曲, Op.111, Beethoven: Piano Sonata in C minor_哔哩哔哩_bilibili

With the final Sonata in C minor, Op.111, we have a summation of the eternally Beethovenian themes of struggle and resolution: a stormy and contentious first movement followed by a second movement consisting of set of variations that moves from serenity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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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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