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듣는 음악

영웅 쇼스타코비치와 악마 스탈린

들꽃 호아저씨 2020. 1. 11. 17:53

 

 

잉글리쉬 호른이 한 삼 분쯤 길게 죽어간 이들의 영혼을 진혼한다

여기서 끝나야 한다

우리 상식이 그렇다

아! 마침내 베이스 클라리넷이 용트림한다

1905년 러시아 일차혁명은 ‘영원한 기억’ 그 처절한 진혼을 거부한다

'1905년'은 진혼이 아니다 경종이다

그 경종으로 하여 1905년은 1917년이 된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교향곡 11번 Symphony No. 11 in G minor, op. 103 “The Year 1905”

1. Adagio 궁전 광장The Palace Square

2. Allegro 1월 9일The Ninth of January

3. Adagio 영원한 기억Eternal Memory

4. Allegro non troppo 경종The Tocsin

웨일즈BBC국립오케스트라BBC National Orchestra of Wales, 토마스 쇤더고르Thomas Søndergård

Live recording. London, Proms 2013

https://www.youtube.com/watch?v=Lu09CWT41NE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1905년'이다. 그냥 일반 교향곡이라기보다 '서사 교향곡'이다. 지휘자의 운명이 갈리는 곡이기도 하다. 그 지휘자의 모든 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 콘드라신은 작은북을 너무 두텁게 두드린다. 페트렌코도 그렇고. 궁정 수비대는 사람이 아니다. 차르의 개다. 잔인하고 살벌하게 두드려야 한다. 더 마르고 더 건조하게 '게르니카'처럼. 트럼펫은 더 냉정하고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남한에서 개들이 저지른 학살처럼. 세월호에서 학살당한 우리 아이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 경종!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에서 아주 중요한 악기가 하나 있는데, 그 악기가 바로 바순이다. 음악이 수렁에 빠졌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악기가 바순이다. 합주에서도 독주에서도 바순은 빛난다. 그것은 바순이 ‘소비에트 인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Sympnony No. 7 in C major, op. 60 “Leningrad”

I. Allegretto

II. Moderato (poco allegretto)

III. Adagio – Largo – Moderato risoluto – Largo – Adagio

IV. Allegro non troppo – Moderato

벨라 바르톡Béla Bartók, 바이올린 협주곡 Violin Concerto No. 1, Sz.. 36, BB 48a

,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교향곡 7번 Sinfonie Nr. 7 C-Dur op. 60 (Leningrader), 야닌 얀센Janine Jansen 바이올린, 로열콘서트헤보우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안드리스 넬손스Andris Nelsons

https://youtu.be/3w5QU4lPQe8

전쟁 음악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죽은 영웅들을 위한 레퀴엠’

“지금껏 나는 내 작품을 어느 누구에게도 헌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교향곡만큼 나는 레닌그라드에 바친다.

내가 쓴 모든 것, 내가 이 안에 표현한 모든 것은 사랑하는 나의 조국과 연결되어 있고, 파시스트(fascist)의 억압에서 이 도시를 지키는 역사적인 날과 이어져 있다.”

 

쇼스타코비치 음악을 자주 듣는다. 어떤 매력이 있나?

 

현악이다. 유럽에 사는 어떤 이가 연주회장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듣고 나서 ‘현악이 참 좋더라’ 하는 말을 전해 듣고 내가 한 말이 ‘아니, 쇼스타코비치 음악에서 현악 빼면 뭐가 남느냐’ 했다. 쇼스타코비치 음악의 7할은 현악이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7할이다. 쇼스타코비치 음악은 밝고 따뜻하고 경쾌하면서도 강인하다. 지친 내 삶에 ‘괜찮아!’ 하고 힘을 실어준다. 쇼스타코비치 음악과 베토벤 음악은 내용에서는 아주 다르지만 음악을 구성하는 형식에서 보면 두 사람은 같은 쪽을 바라본다. 소리와 소리가 대화하면서 서로 스며든다. 그러면서 고유한 자기 음색을 드러낸다. 어느 특정한 일부가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소리에 구어체 대화방식을 적용한다. 구어체 대화방식을 적용하는 쇼스타코비치만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 구현의 주체가 현악이라는 점이다. 쇼스타코비치 음악에서 현악은 소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면서 다른 악기와 '화음'하는 아주 독특한 능력을 보여준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에서 아주 중요한 악기가 하나 있는데 그 악기가 바로 바순이다. 음악이 수렁에 빠졌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악기가 바순이다. 총주에서도 합주에서도 독주에서도 바순은 빛난다. 그것은 바순이 ‘소비에트 인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쿵쾅쿵쾅? 그건 쇼스타코비치 음악이 아니다. 편견일 뿐이다. 편견은 버려야 한다. 그래야 소리가 들린다.

 

 

 

 

독재자 스탈린은 쇼스타코비치를 탄압하지 않았나?

 

쇼스타코비치를 검색하면 스탈린이 더 많이 나온다. 말 그대로 악마 스탈린이다. 쇼스타코비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스탈린! 우울한 쇼스타코비치, 겁을 잔뜩 먹은 오 불쌍한 우리 쇼스타코비치, 이게 다 스탈린 때문이고 용맹한 쇼스타코비치는 그런 처지에서도 음악을 한 영웅이다. 자, 한번 보자. 쇼스타코비치는 음악 하는 사람이고 스탈린은 정치인이다. 스탈린이 그렇게 할 일 없는 사람인가. 이제 그만 근거 없는 ‘반사회주의’ 악령에서 빠져나와 있는 그대로 사실을 봐야 한다. 당장이라도 ‘쇼스타코비치’를 한번 검색해 보라. 스탈린 초상화가 나오질 않나 군홧발, 감시. 악보를 어디어디에 숨기고 스탈린을 비판하는 내용을 악보에 어떤 식으로 표시해 놓았고…. 스탈린은 스탈린의 일이 있고 쇼스타코비치는 쇼스타코비치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거다. 핵폭탄을 터트리고 전쟁으로 일관한 20세기에 쇼스타코비치는 무슨 초인적인 힘으로 그 많은 작품을 만들어냈을까? 안정과 특별한 예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오바마와 트럼프도 자기 일들이 있지 않겠는가.

 

 

 

 

다들 ‘전쟁3부작’이라고 하는데 왜 ‘평화3부작’이라 하나?

 

평화를 노래한다. '평화3부작'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8번, 9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8번, 9번을 왜 다들 ‘전쟁3부작’이라고 하는가. 말이 되는 말을 하고 글을 쓰자. 도대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에 전쟁은 뭐고 게다가 3부작은 또 뭔가. 독소불가침조약을 어렵게 성사시킨 건 그 당시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이었고 그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을 침략한 건 세계 패권을 움켜쥔 자본가 무리와 히틀러 무리였다. 그 당시 소비에트의 슬로건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반 전! 평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