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편지 132

라흐마니노프 '악흥의 순간' 여섯 : 니콜라이 루간스키 - 재영형에게 : 은숙 님이 호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

재영형에게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아주 빠르게 완전히 다른 때로 데려다주는 것 같아요. 형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낙엽은 지고 눈이 오고 움이 트고 또 꽃이 피었습니다. 형이 계시던 월롱창고는 여느 때나 다름없이 올해도 개나리가 피었다 졌습니다. 책을 묶는 소리와 지게차가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바람소리도 나죠. 달라진 게 있다면 그 공간을 지배하던, 그 공간에서만큼은 왕으로 군림했던 형의 모습이 이젠 보이지 않는다는 것.  형은 제 20대 시절의 영웅이자 멘토였고, 형의 열정과 지혜는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하지만 형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멀게 느껴질 때도 많았지요. 또 형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모든 순간들이 ..

음악 편지 2024.10.19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 Maria, 고맙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https://tv.kakao.com/v/447095238ⓒ 들꽃 호아저씨 / 창고 주변에 계란꽃이 가득이에요. 2024.06.05 저 새소리 들으며...호아저씨는 개망초 한가운데...영원히 우리 추억에 살아 계실것을 믿어요... - Maria Woo https://youtu.be/hSOlbTGqdfk?si=I96wFFG29FUBdjgo 그리움에..

음악 편지 2024.06.05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번 : 그리고리 소콜로프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피아노소나타 32번Klaviersonate Nr. 32 in c-Moll Op. 111I. Maestoso-Allegro con brio ed appassionatoII. Arietta-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https://www.bilibili.com/video/BV1Bv411q7i8/?spm_id_from=333.337.search-card.all.click 【钢琴】Grigory Sokolov, 贝多芬: C小调钢琴奏鸣曲, Op.111, Beethoven: Piano Sonata in C minor_哔哩哔哩_bilibiliWith the fi..

음악 편지 2024.05.30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 그리고리 소콜로프 - 들꽃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Piano Sonata No. 29 in B-flat major, Op. 106 "Hammerklavier"I. AllegroII. Scherzo : Assai vivaceIII. Adagio sostenutoIV. Introduzione : Largo...Allegro - Fuga : Allegro risoluto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Recorded at the Berliner Philharmonie (Berlin, Germany) on June 5, 2013https://www.bilibili.com/video/BV1JK4y1V7Sf/?spm_id_from=333.3..

음악 편지 2024.05.30

비발디 ‘사계’ : 가보르 자보, 루카 술릭, 차이콥스키 ‘사계’ : 데니스 마추예프 - 은수에게

은수야,하루마음! 5월부터 은수와 함께읽기를 하고 있어.매일 아침 읽을 분량을 톡에 올려주는데사계를 들으면서 올려주니 네가 더 많이 생각나는구나. 방 구조를 살짝 변화를 주었더니아침마다 햇살을 선물 받고 있단다.아주 작은 변화였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다니스스로 감탄하고 있지.햇살을 받으며 일어나는 기분, 은수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난 요즘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탄하지.달큼한 바람이 찾아오고은은한 찔레향에 취하지. 어제는 뻐꾸기가 아주 우렁찬 소리로 존재를 드러내더군.요즘이 참 좋아.좋아서 슬프기도 해. 사계를 들으며은수를 생각하고은수 엄마를 생각하고은수 아빠, 호아저씨를 떠올린다.  2024.05.15. 9:14 은수의 노래 비발디 사계를 들으며 하루마음이     안토니오 비발디Ant..

음악 편지 2024.05.15

브루크너 교향곡 7번 : 세르주 첼리비다케

The Berlin Philharmonic performs Anton Bruckner’s Symphony No. 7 in E major (WAB 107) under conductor Sergiu Celibidache in the Konzerthaus Berlin, in the spring of 1992: an extraordinary concert with a legendary lineup. Rehearsals for the concert were documented in the film ‘The Triumphant Return’ (dir. Wolfgang Becker, 1992).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1824-1896)교향곡 7번Symphony No. 7 in E major (WAB..

음악 편지 2024.05.10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 길 샤함,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이병률​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기차역에서 울어본 적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영원을 붇잡았던 적​​-시집『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이병률, 문학과지성사, 2024, 35쪽)​    이병률(시인)의 말​시집 출간 제안을 받고 바로 눈 내리는 곳으로 떠났다눈 속에 파묻혀 있었고 돌아올 날이 지나도록 눈 속에 남았다그때 와락 스치듯 떠오른..

음악 편지 2024.05.08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낭만’ : 야첵 카스프치크 - 사랑 : 김사이

사랑 / 김사이 사월이면 텅 빈 놀이터에연둣빛 풀씨 하나 살짝 물어다 놓고 날아간바람의 날개를 기억하는 눈이 있어아이는 한발짝 한발짝 어른이 되어가지색이 다르고 성이 다른 것을 차이라 말하고 차별하지 않는고운 네가내 죽음을 네 죽음처럼 보살피는 사랑이지절망으로도 살아야 하는 이유이지-(김사이, 창비, 2018)      절망으로도 살아야 하는 이유살아야 합니다.산다는 것은 삶과 죽음의 공존입니다.산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과 동일합니다.나와 당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지금도 흐르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이 시간은 어떤 이가 그토록 간절히 바랬던 삶의 수레바퀴입니다. 내가 함부로 방종할 ..

음악 편지 2024.04.28

시간을 믿어 봐 : 로이 킴 -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듯

시간은 신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하고 꽃은 지지만 시간은 지지 않는다고도 해요. 시간을 믿어 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시간을 믿어보려고요.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듯 주문을 외워요. “시간을 믿어봐” 시간을 믿어 봐 / 로이 킴 나의 웃음 뒤에 쓸쓸함 묻어있는 건 아마도 홀로 남는 게 두려워서 그런 걸 거야 나의 뒷모습이 전보다 더 굽어있는 건 저 하늘이 아름답게만 보이진 않아서 그런 걸 거야 그럼에도 이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건 가슴 구석 한 켠에 머무르는 희망 때문이야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진심과는 다르게 아플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때마다 시간을 믿어봐 금세 우리도 모르게 더 나아가고 있을 거야 나의 마음속에 눈물이 많아지는 건 아마도 헤어짐의 슬픔을 알아서 그런 걸 거야 그..

음악 편지 2024.04.23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열 : 그리고리 소콜로프 - 고맙습니다!

고마움을 전할 길 없어 들꽃 공간을 빌립니다. 미국에 계시는 우창자 님에게 고마움 전합니다. 더불어 귀한 연을 남겨주신 호아저씨에게도 고맙습니다! - 2024.04.18 하루마음 드림 먹으면 배탈이 나는 설익은 풋과일 같은 글을 모담으며, 영혼의 병을 앓고 있을 때 왼손이 되어 주시던 선생님, 할머니, 이모들과 친구들 또한 앞으로도 경험할 통증을 위해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올립니다. 1989.8.31 -우창자 글 모음 『고통의 척도를 헤아릴수 없음으로 해서』(우창자 글) 마음 빼곡히 담은 엽서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빨간 표지의 책 이 귀한 선물을 받아도 될는지 받을 자격이 있는지 뜨거움 잉잉 차올라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저 내 마음 고스란히 담아 진부하고도 가장 보편의 말 한마디 바람에게 실..

음악 편지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