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형에게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아주 빠르게 완전히 다른 때로 데려다주는 것 같아요. 형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낙엽은 지고 눈이 오고 움이 트고 또 꽃이 피었습니다. 형이 계시던 월롱창고는 여느 때나 다름없이 올해도 개나리가 피었다 졌습니다. 책을 묶는 소리와 지게차가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바람소리도 나죠. 달라진 게 있다면 그 공간을 지배하던, 그 공간에서만큼은 왕으로 군림했던 형의 모습이 이젠 보이지 않는다는 것. 형은 제 20대 시절의 영웅이자 멘토였고, 형의 열정과 지혜는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하지만 형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멀게 느껴질 때도 많았지요. 또 형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모든 순간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