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붇잡았던 적
-시집『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이병률, 문학과지성사, 2024, 35쪽)
이병률(시인)의 말
시집 출간 제안을 받고 바로 눈 내리는 곳으로 떠났다
눈 속에 파묻혀 있었고 돌아올 날이 지나도록 눈 속에 남았다
그때 와락 스치듯 떠오른 것이 이 시집의 제목이었다
그와 동시에 눈냄새를 맡았는데 맡는 중이었음에도 눈의 냄새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시는 그런 것
사랑은 그런 것
춤을 춰야겠다는 목적을 갖고 춤을 추는 사람과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고 있는 사람,
굳이 밝히자면 내 이 모든 병(病)은 후자에 속한다
2024년 4월
이병률
냄새를 맡았는데 맡는 중인데도
사무치게 그리운
곁에 있는데 곁에 있는 중인데
사무치게 보고 싶은
시는
사랑은
그런 것
그이는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고 있었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교향곡15번Symphonie Nr. 15 A-Dur, op. 141
I. Allegretto
II. Adagio–Largo
III. Allegretto
IV. Adagio–Allegretto
스베틀라노프심포니오케스트라Svetlanov Symphony Orchestra
길 샤함Gil Shaham 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61
Ⅰ. Allegro ma non troppo
Ⅱ. Larghetto
Ⅲ. Rondo - Allegro
핀란드방송심포니오케스트라Finnish Radio Symphony Orchestra
아우구스틴 하델리히Augustin Hadelich 바이올린
매튜 홀스Matthew Halls
Friday | May 13,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8iyH4eBoR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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