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이 형, 슬퍼하지 마. 난 괜찮아. 형 / 심보선 형은 어쩌면 신부님이 됐을 거야 오늘 어느 신부님을 만났는데 형 생각이 났어 나이가 나보다 두 살 많았는데 나한테 자율성이랑 타율성 외에도 신율성이라는게 있다고 가르쳐줬어. 신의 계율에 따라 사는 거래 나는 시율성이라는 것도 있다고 말해줬어 시의 운율에 따라 사는 거라고 신부님이 내 말에 웃었어 웃는 모습이 꼭 형 같았어 형은 분명 선량한 사람이 됐을 거야 나보다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을 테고 나보다 어머니를 잘 위로해줬을 거야 당연히 식구들 중에 맨 마지막으로 잠들었겠지 문들을 다 닫고 불들을 다 끄고 형한테는 뭐든 다 고백했을거야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사는 게 너무나 무섭다고 죽고 싶다고 사실 형이 우리 중에 제일 슬펐을텐데 그래도 형은 시인은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