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를 머금었는데도 자꾸만 시들어갑니다 생의 시간 끝자락 어디메 도착했나 봅니다 당신의 생명이 다하고 또 다른 당신의 생이 저무는 걸 보면서 더럭 겁이 나기도 겪어도 겪어도 익숙하지 않은 이별에 풍장을 합니다
사늘한 바람 한 자락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 한 줌
그리고 떠나지 않는 온전한 눈빛 하나
물을 빨아들이는 힘을 내려놓고 서서히 말라갑니다
마른 몸에 은은하게 들이치는 햇살 한 줄기 품습니다
마른 몸에 청명하게 스치는 바람 한 자락 껴안습니다
손 닿으면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몸이 되어
다시 화병으로 들어갑니다, 풍장을 한 채
바사삭, 마른 향이 납니다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슈베르트 환상곡 Op 103 Schubert Fantasy in F minor, op. 103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Joao Pires 피아노
줄리앙 리베르 Julien Libeer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UruWMxY2O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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