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편지

슈베르트 환상곡 : 마리아 조앙 피레스, 줄리앙 리베르 - 풍장이거나 마른 꽃이거나

들꽃 호아저씨 2025. 2. 28. 22:50

 

 

 

물기를 머금었는데도 자꾸만 시들어갑니다 생의 시간 끝자락 어디메 도착했나 봅니다 당신의 생명이 다하고 또 다른 당신의 생이 저무는 걸 보면서 더럭 겁이 나기도 겪어도 겪어도 익숙하지 않은 이별에 풍장을 합니다

사늘한 바람 한 자락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 한 줌

그리고 떠나지 않는 온전한 눈빛 하나

물을 빨아들이는 힘을 내려놓고 서서히 말라갑니다

마른 몸에 은은하게 들이치는 햇살 한 줄기 품습니다

마른 몸에 청명하게 스치는 바람 한 자락 껴안습니다

손 닿으면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몸이 되어

다시 화병으로 들어갑니다, 풍장을 한 채

바사삭, 마른 향이 납니다

 

 

 
몇 차례 말린 꽃을 모아 화병에 담은 날 - 2025.02.17 날이 차다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슈베르트 환상곡 Op 103 Schubert Fantasy in F minor, op. 103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Joao Pires 피아노

줄리앙 리베르 Julien Libeer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UruWMxY2OF4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Joao Pires 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