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른다는 것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너는 내게 모르는 아이였지.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서
너는 내게 낮달이 되었어.
은수야,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곳, 창백한 푸른 점에서는
어떤 것은 생성하고 어떤 것은 소멸하지.
생성과 소멸은 내가 존재를 얼마나 인식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어.
이름도 마찬가지야.
이름도 단어와 같이 쓰이지 않으면 소멸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이름은 타인이 더 많이 사용해.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게 이름인 것 같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는 생명력을 얻고 구체화 되지.
그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존재가 그제야 ‘꽃’으로 존재하게 되는 거야.
은수야!
네 이름을 불러본다.
시린 하늘 속 그 어딘가에 있을 네가
매일 나에게 꽃이 된다.
하나의 몸짓이 아닌 고유한 낮달이.
사랑한다, 은수야!
2020.12.15. 아침이 밝아올 즈음 은수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