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편지

하루마음, 그해 이후 제게 봄은 오래 오지 않았습니다.

들꽃 호아저씨 2021. 2. 13. 10:55

 

 

하루마음

 

2018년 10월 20일 한낮, 사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구급대원들은 은수를 살리려고 심폐소생술을 하였으나 이미

비에 젖은 낙엽들만 차도에 한 번 더 흩날렸을 뿐입니다.

그해 이후 제게 봄은 오래 오지 않았습니다.

은수의 체온, 그 아이의 냄새까지 모두 기억한 채

저는 긴 긴 어둠 속에서 깊이 잠들었습니다.

은수를 지키지 못한 저의 죄를 어찌 스스로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하루마음, 은수와 은수 엄마를 기억해주세요.

하루마음, 은수와 은수 엄마를 위로하는 기도를 해주세요.

 

​은수한테 가는 길이 활짝 열리는 날까지,

여기 이 자리에서, 저는 태산처럼 꿈적도 하지 않겠습니다.

은수 엄마 살리는 일이라면,

저는 악마와도 은밀하게 거래하고 타협하겠습니다.

하루마음,

간곡히 호소합니다.

은수를 죽인 모든 이에게, 이 험한 세상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하루마음,

남은 제 인생에 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무너져, 제가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제 운명에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

 

 

2021년 2월 13일 오전 10시 53분 은수를 만나러 가기 전에

은수 아버지가 존경하는 하루마음에게

 

 

유은수(1999년 3월 3일~2018년 10월 20일) 성미산학교와 성미산 농장학교에 깊이 뿌리 내린 만성화된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며 노골적인 집단따돌림. 칠학년 성미산 농장학교 때 그 집중포화를 온몸으로 맞으며 아무런 도움 없이 팔 년간 사투를 벌이던 유은수는 2018년 10월 20일 끝내, 집에서 목맨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