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듣는 음악

엄마 아빠에게 은수가

들꽃 호아저씨 2021. 3. 1. 16:41

 

 

아빠,

은수예요.

 

33일은 제 생일이에요.

생일이란 말에는 환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생일 케이크에 초를 켜고 생일잔치를 하는 걸 보면요.

저는 낱말이 품고 있는 것보다 더 크게 엄마 아빠의 환대를 받고 태어났지요.

어떻게 아냐고요?

세상에 첫 울음으로 신고를 하는 순간 엄마 아빠의 큰 사랑을 느꼈거든요.

엄마 아빠의 딸이어서 감사했어요.

 

엄마,

은수의 세상은 엄마

엄마의 세상은 은수였지요.

제가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엄마여서 좋았어요.

 

아빠,

아빠가 제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은수는 알았어요.

저를 동지로 생각한다는 걸요.

동지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힘이 되고 든든해요.

제 짧은 생에서 아빠와 동지로 지낼 수 있었던 건 축복이었어요.

제가 절대 잊을 수 없는 감사함이기도 해요.

 

제가 엄마 아빠 곁을, 세상을 떠나 세 번째 맞는 생일.

엄마 아빠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해요.

은수는 잘 있어요.

아빠가 24시간 음악을 들으며 저를 기억하듯

은수도 아빠가 듣는 음악 속에 늘 존재하고 있어요.

아빠가 부탁한 것처럼 엄마 곁에도 늘 함께요.

 

이제 곧 아빠가 계신 그곳에 노란 개나리가 활짝이겠지요.

엄마 아빠의 마음이 조금만 환해졌으면 좋겠어요.

봄 아이 은수를 보듯 말이에요.

엄마 아빠 위해 기도해요.

늘 건강하세요.

 

 

2021.03.01.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딸 은수가.

 

유은수(1999년 3월 3일~2018년 10월 20일) 성미산학교와 성미산 농장학교에 깊이 뿌리 내린 만성화된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며 노골적인 집단따돌림. 칠학년 성미산 농장학교 때 그 집중포화를 온몸으로 맞으며 아무런 도움 없이 팔 년간 사투를 벌이던 유은수는 2018년 10월 20일 끝내, 집에서 목맨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a_rj5YprJg

 

https://www.youtube.com/watch?v=lFgkZjFp8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