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야, 너는 지금 어느 별에 있는 거니
은수야,
나지막이 네 이름을 불러 본다.
오늘 하루, 큰아빠는 참 쓸쓸했다.
저녁 먹고 근처 서점에서 책을 사가지고 왔다.
우산 쓰고 왕복 30분 남짓 거리를 걸었는데
무심한 차가운 바람이 쌩하니 내 가슴을 가로질러 갔다.
몸은 움츠러들고 마음은 시렸는데,
그건 바람 때문만도, 비 때문만도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렸다.
모레가 네 생일인데,
하늘도 나만큼 슬펐나보다.
네가 살아있었다면 올해 대학교 3학년이려나.
좌절도, 희망도, 생각도, 꿈도 많았을 그런 시절이었겠다.
기쁘면 같이 기뻐하고, 슬프면 같이 슬퍼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게 참 속상하구나.
그치만 은수야, 너 아니?
우리 인간은 별에서 왔다는구나.
별의 원소와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가 완벽하게 똑같다지 뭐니.
신기하지 않니?
과학이 밝혀낸 진리의 빛은
내게 슬픔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준다.
우주에서 와서 우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면
아주 작은 위안이나마 얻는 그런 기분이랄까.
은수야, 너는 지금 어느 별에 있는 거니.
모레, 네 생일날
늘 만나는 그곳에서 우리 만나자.
아빠랑 꽃 한 송이 들고 너 있는 곳으로 갈게.
만나서 우리 수다도 떨고,
씩씩하게 웃기도 하고 그러자.
이 비 그치고, 3월이 조금만 더 가면
월롱면 위전리 그곳엔
언제나처럼 빽빽하게 피어난 개나리꽃이
눈이며 피부며를 온통 노랗게 물들일 거야.
기대하시라, 유은수!
큰아빠가 그중 이쁜 놈으로 따서는
너한테 보여주러 또 갈테니까.
3월 1일 저녁에
큰아빠가.

www.youtube.com/watch?v=dqi_lZXRX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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