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듣는 음악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들꽃 호아저씨 2021. 7. 24. 07:58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