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쓰는 일은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自閉의 유혹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
늙어보인다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고, 누가 나를 젊게 봐준 날은 온종일 기분이 좋은 평범한 늙은이지만
글에서만은 나잇값을 떳떳하게 하고 싶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중에서

실제로 내가 수위에게 5백 원권을 준 일이 있는 건 아니다. 터무니없이 교만하게 구는 수위에게 주눅이 든 나를 보고 누가 5백 원만 주면 당장 고분고분해질 거라고 가르쳐 주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실제의 옥바라지가 떳떳하고 결백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나는 수위보다 훨씬 높은 사람한테 5백 원의 백 배나 되는 돈을 썼고 그 높은 분은 훗날 그 수회收賄를 아무도 증거할 수 없도록 교묘하고 완벽하게 챙겼다. 범죄자의 세계에만 완전범죄가 있는 건 아니다. 나는 그런 엄청난 체험을 하고도 왜 엄청난 체험기를 쓰지 못하고 기껏 최말단의 수위나 고발하는 조그만 체험기밖에 못 썼을까. 그 부끄러운 대답은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라는 시로 대신할까 한다.
- 박완서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중에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1921-1968)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이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에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5. 11. 4>
-<김수영 전집>(김수영, 민음사, 2018)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중에서
'내가 오늘 듣는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슈만 푸가 넷, 분테 블레터(다채로운 소곡), 쇼팽 폴로네이즈 : 그리고리 소콜로프 (0) | 2021.08.04 |
|---|---|
| 바흐 파르티타 1번,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7번,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14번, 악흥의 순간 여섯 : 그리고리 소콜로프 (0) | 2021.08.04 |
|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더블 베이스 버전) : 도미니크 바그너, 아우렐리아 비소반 (0) | 2021.08.03 |
| 브람스 바이올린소나타 2번,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4번 :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0) | 2021.08.03 |
| 바흐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 안탈 살라이 - 사상의 거처 / 김남주(1946-1994) (0) | 2021.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