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2권 ‘발췌’Das Wohltemperierte Klavier, Band II BWV 870 – BWV 893 (Auszüge) / The Well-Tempered Clavier, Volume II BWV 870 - BWV 893 (excerpts)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Piotr Anderszewski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9lzGJLkQH6o
유은수 2주기 추도사
은수에게
잠을 뒤척이다,
새벽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네가 떠나고 2주기.
후회는 언제나 너무 늦고 부질없지만,
그래도 무시로 내 머리, 내 가슴을 파고드는구나.
네가 안으로 밑으로
끝없이 추락해 갈 때
나는 왜
저 밖으로 더 넓고 더 높은 곳이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했을까.
근육을 키우려는 운동선수는
두번 들어올리고 세번째는 실패하지.
그러다 근육이 붙어 강해지면
세번 들어올리고 네번째에 실패하고.
이렇게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근육을 키워나가지.
인생도 마찬가지지.
실패를 두려워하면
평생 한번밖에 들어올리지 못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지.
인생은 넘어짐과 일어섬의 반복이고,
성공은 실패한 연후라야
더 의젓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임을,
왜 너에게 진즉 말해 주지 못했을까.
나는 평생 출판을 업으로 해왔어.
그건 언어를 통해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었지.
사람은 언어의 집 속에 사는 존재지.
언어가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지.
폭력의 언어를 쓰면 삶 또한 폭력적으로 변하지.
네가 우리 곁을 황망히 떠난 것도
사람들의 말글살이와 깊은 연관이 있지.
좋은 삶을 살려면 좋은 언어를 써야 해.
아빠와 나는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
말의 올바른 용법과 용례를 찾아서 정리해 보기로 했어.
아빠가 블로그에 헷갈리거나 잘못 쓰기 쉬운 말들을 뽑아서 올리면
나중에 내가 정리해서 자료집을 만드는 일을 해보기로 했어.
너를 추모하는 일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폭력적 언어로부터 지키는 일이기도 할 거야.
5년마다 정리해서 예쁜 책으로 만들어 너에게 선물할게.
또 하나,
해마다 네 생일과 기일에
너를 기억하는 고마운 분들께
책을 선물하기로 했어.
좋은 생각과 이야기와 지식이 담겨있는 책이
결국 개인을 구원하고 사회를 구원할 거라는
아빠와 나의 믿음을 표현하는
뜻깊은 축제라는 생각이 들어.
육십갑자 한 바퀴 돌아보니
후회도, 실패도 꼭 나쁜 건 아니더구나.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면 말이야.
슬픔도 그럴 거야. 거기에 머물지만 않는다면
존재의 상실이라는 극단의 슬픔 속에서도
작으나마 기쁨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 너에게로 갈 때까지
너를 기억하면서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처럼
너도 우리를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를 기억하면서 우리 삶을 지켜봐 주길 바래.
안녕...
너를 보내고,
두 번째 맞는 시월의 스무날에
큰아빠가.

정태춘 박은옥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https://www.youtube.com/watch?v=PwEsbHZwX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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