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49. 맨 처음/맨손
"겨우내 방 안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이 산으로, 공원으로 몰려든다. 운동의 계절이 됐다. 등산. 조깅 등 봄철 운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운동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맨처음`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과 강도, 운동 시간과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 저녁과 한낮의 기온 변화가 심한 봄철에는 특히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 시간을 늘려 경직된 몸을 풀어줘야 한다. 이때는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정도가 적당하다."
위 글에 나오는 `맨처음`은 띄어쓰기를 잘못한 경우고, `맨손`은 바르게 쓴 것이다. 둘 다 `맨-`으로 시작하는데 왜 띄어쓰기는 달리할까 궁금할 것이다.
`맨`이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다른 것이 없는`의 뜻(맨손, 맨몸, 맨입, 맨밥, 맨바닥, 맨눈, 맨다리, 맨땅, 맨발, 맨주먹 등)일 때는 접두사다. 접두사는 홀로 단어가 될 수 없으므로 단어 앞에 붙여 써야 한다.
반면 `맨`이 `더 할 수 없을 정도나 경지에 있음`을 나타낼 때(맨 꼭대기, 맨 먼저, 맨 처음, 맨 끝, 맨 앞, 맨 위, 맨 구석 자리, 맨 가장자리)는 관형사이고, `다른 것은 섞이지 아니하고 온통`(아이는 맨 흙투성이로 집에 들어왔다)의 뜻일 때는 부사이므로 뒤 단어와 띄어 써야 한다.
간단히 말해 `맨`이 `아무 것도 없이 비어 있다`는 뜻일 때는 붙여 쓰고, `제일(第一)`이나 `온통`으로 바꿀 수 있으면 띄어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2004/03/10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494. 맨발 /맨 끝
맨 밑바닥 삶을 사는 깡패와 외교관 딸의 사랑을 그린 '맨발의 청춘'은 1960년대 한국 영화 히트작 중 하나였다. '맨발의 청춘'은 청춘의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맨주먹으로 가난을 극복해야 했던 시절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제목이었다.
자주 사용하는 '맨'은 여러 뜻으로 쓰이면서 각각 띄어쓰기를 달리한다. '맨발'의 '맨'은 다른 것이 없다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뒤의 명사에 붙여 쓴다. '맨땅' '맨손' '맨바닥' '맨눈'이 이런 예다.
이와 달리 '맨 밑바닥'에서의 '맨'은 그보다 더 할 수 없을 정도나 경지에 있음을 나타내는 관형사로, '맨 끝' '맨 처음' '맨 먼저''맨 꼭대기' '맨 가장자리'처럼 띄어 써야 한다.
"그곳은 맨 여자뿐이다"에서 '맨'은 다른 것은 섞이지 않고 온통 그것뿐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부사로, '오로지'와 비슷한 뜻으로 보면 된다. "이 방에는 맨 책뿐이다" "그들은 맨 놀기만 하고 일은 하지 않는다"와 같이 쓰인다.
2005/06/22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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