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가능한`과 `가능한 한`

들꽃 호아저씨 2022. 1. 28. 08:31

 

 

우리말 바루기 212 - `가능한``가능한 한`

 

`가능한``가능한 한`은 다르다. 단어와 구()라는 점뿐만 아니라 문장에서 하는 구실도 다르다.

`가능한``가능하다`의 관형사형으로 이 말 뒤에는 `가능한 일[것 등]` `가능한 수단[조치.방법.경우 등]`처럼 `가능한`의 꾸밈을 받는 명사가 나와야 한다.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 "코트 어느 곳에서든 득점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재목들이 연달아 나왔다" 등은 바르게 쓰인 예다.

`가능한 한``가능한 범위 안에서` 또는 `가능한 조건하에서`를 의미하는 부사구다. 따라서 그 뒤에는 `가능한 한`이 꾸밀 수 있는 부사어나 동작을 나타내는 말이 따라와야 한다. 그런데 `가능한 한`으로 써야 할 것을 맨 뒤의 ``을 생략하는 경우가 눈에 자주 띈다.

"가능한 빨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가능한`의 꾸밈을 받는 명사가 없다. 따라서 이 문장은 문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가능한` 뒤에 ``(조건을 나타내는 명사)을 넣어 "가능한 한 빨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라고 해야 바른 문장이다. 아래와 같은 문장에서도 `가능한`을 모두 `가능한 한`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이나 문제점을 가능한 빨리, 정확하게, 나무라지 않으면서 설명한다." "3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보도는 가능한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가능한``가능한 한`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2004/01/12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라

 

한비자가 말했다. “어리석은 군주는 가능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 뛰어난 군주는 가능한 부하의 지혜를 사용한다.”

한비자가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정말 이렇게 설파했을까? ‘가능한이 각각 뒤에 오는 자신의 능력’ ‘부하의 지혜를 꾸미는 관형어 구실을 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의미 파악이 안 된다. ‘가능한뒤에 조건의 뜻을 나타내는 명사 ()’을 넣어야 그가 어떤 말을 하려 했는지 명확해진다.

군주는 가능한 한 자신의 능력을(부하의 지혜를) 사용한다처럼 써야 어법에 맞다. ‘가능하다의 관형사형인 가능한은 명사 을 꾸미는 말로 쓰이고, 가능한 한(가능한 범위 안에서)’이란 부사구가 동사 사용한다를 수식하는 구조라야 정확한 말뜻을 담아낼 수 있다.

가능한 최선을 다해라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꾸미는 말로 가능한이 쓰였다고 보면 뭔가 어색하다. ‘가능한 한으로 바뤄야 되도록 최선을 다해라라는 의미가 전달된다.

가능한 빨리 보고해” “가능한 도와야지의 경우는 어떨까? ‘가능한은 체언을 수식하는 관형사형이므로 부사 빨리나 동사 도와야지를 꾸밀 수 없다. 모두 가능한 한으로 고쳐야 바른 문장이 된다.

이은희 기자

 

 

 

 

[우리말 바루기] `○○ 가능한` `○○할 수 있는`

 

언제부턴가 '○○ 가능한' '○○ 가능하다'라는 어구가 등장하더니 최근 들어 자주 눈에 띈다. 아마도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용어가 대중매체에 쓰이면서 그리된 듯싶다.

도시가 비대해짐에 따라 경작 가능한 토지가 계속해서 다른 용도로 전환돼 버렸다.” “모든 컴퓨터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으로 만들어진다.” “성공은 예측 가능한 경로를 통해 달성된다.”

'○○ 가능한'도 번역어투라고 할 수 있다. '○○ 가능한''○○할 수 있는'으로 고쳐도 무방하다. '경작 가능한''경작할 수 있는', '재생 불가능한''재생할 수 없는', '예측 가능한''예측할 수 있는'으로 바꿔 쓸 수 있다. 물론 '○○ 가능한'을 틀린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새로운 맛도 난다.

'○○ 가능하다'도 서술어로 자주 쓰인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는 CCTV로 얻은 정보 관리를 철저히 하면 예방 가능하다.” “성수기 땐 골프클럽 회원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이용 가능하다.” 이것 역시 조사가 생략된 걸로 보아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예방이 가능하다, 예방할 수 있다' '이용할 수 있다, 이용이 가능하다'로 쓰는 것이 우리말답다.

 

2009/05/28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