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육월’을 ‘유월’로 쓰는 이유
“우와. 벌써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네. 이제 육월이야.”
“육월이 뭐니, 유월이지!”
어린 시절 ‘육월’이냐 ‘유월’이냐를 놓고 친구와 아웅다웅한 추억이 있을지 모르겠다. 어른이 된 지금은 대체로 ‘유월’이 바른 표현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6월’은 ‘육월’이 아닌 ‘유월’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발음하기 쉬워서다. 한자 ‘육(六)’과 ‘월(月)’이 만나 ‘六月’이 됐으므로 ‘육월’이라 해야 할 것 같지만 ‘육월’은 발음하기 어렵다. ‘유월’이 훨씬 발음하기 쉽기 때문에 표준어로 굳어진 것이다.
발음하기 어렵다고 원래 글자를 다른 글자로 바꿔 부르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런 현상은 종종 일어난다. 이를 활음조 현상이라 한다.
한 단어의 내부에서나 두 단어가 연속으로 이어질 때 인접한 두 소리가 연이어 발음하기 어려운 경우 음소들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육월’이 ‘유월’이 된 것처럼 어떤 소리가 빠지기도 하고, 또 어떤 소리가 더해지거나 바뀌기도 한다. 듣기에 좋은 소리로 변하는 것이다.
‘10월’을 ‘십월’이라 하지 않고 ‘시월’이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십월’이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에 ‘ㅂ’을 빼고 ‘시월’이라 쓰게 된 것이다.
이 밖에 활음조 현상으로 인해 본래 음과 다르게 쓰는 예로는 ‘지이산(智異山)→지리산’, ‘한나산(漢拏山)→한라산’, ‘오육월(五六月)→오뉴월’, ‘초팔일(初八日)→초파일’, ‘허낙(許諾)→허락’ 등이 있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활음(滑音)
滑:미끄러울 활
音:소리 음
『언어』조음 기관이 한 음의 위치에서 다른 음의 위치로 옮겨 갈 때에, 그 자체의 소리가 분명히 드러나지 아니하고 인접한 소리에 곁들어 나타나는 소리. 국어의 반모음 따위이다.
활-음조(滑音調)
調:고를 조
『언어』듣기에 좋은 음질. 한 단어의 내부에서 또는 두 단어가 연속될 때에, 인접한 음소들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로, 모음 조화나 자음 동화, 모음 충돌을 피하기 위한 매개 자음의 삽입 따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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