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베토벤 첼로소나타 2번, 3번, 피아노소나타 17번,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1번, 파스토랄레 3악장 : 마리아 조앙 피레스, 안토니오 메네세스 - 0416 - 나의 고양이, 다윤에게 단원고 2학년 9반 정다..

들꽃 호아저씨 2022. 4. 15. 11:07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첼로소나타 2번Sonate pour violoncelle et piano en sol mineur op. 5 n°2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17번Sonate pour piano n°17 en ré mineur op. 31 n°2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무반주첼로모음곡 1번Suite pour violoncelle n°1 en sol majeur BWV 1007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첼로소나타 3번Sonate pour violoncelle et piano n°3 en la majeur op. 69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파스토랄레 3악장3e mouvement de la "Pastorale BWV 590"

 

안토니오 메네세스Antonio Meneses 첼로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Joao Pires 피아노

https://live.philharmoniedeparis.fr/concert/1011607/antonio-meneses-maria-joao-pires-beethoven-bach.html

 

<div>Antonio Meneses / Maria João Pires</div>

 

philharmoniedeparis.fr

 

 
 

 

 

 

 

 

나의 고양이, 다윤에게

단원고 2학년 9반 정다혜 생일에  / 나희덕

 

다윤아, 지금도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겠지.

집에 오래도록 돌아가지 못해 미안해.

엄마, 아빠, 언니, 잘 지내고 있는지…… 너무 보고 싶어.

네가 사랑스럽게 갸르릉거리는 소리도 듣고 싶고.

 

다윤아, 넌 그 사이에 예쁜 새끼들을 낳았겠구나.

몇 마리 낳았는지, 이름은 뭐라고 지었는지, 무럭무럭 잘 크는지?

네가 내 동생이니, 나도 조카들이 여럿 생긴 셈이네.

자세히 보렴, 나와 닮은 녀석이 있는지?

그 녀석을 특별히 사랑해 주렴.

 

내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시던 아빠,

내 두 볼에 쏘옥 들어가던 보조개를 좋아하시던 아빠,

생일에 EXO 음반도 사 주신 멋쟁이 아빠,

말 잘 듣는 조건으로 다윤이를 선물해 준 것도 아빠였죠.

아빠에게 받은 게 너무 많아요.

멋진 기타 연주를 들려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아쉬워요, 아빠.

 

우릴 키우느라 고생만 하신 엄마,

내가 부은 손을 꼭꼭 주물러 드리던 거 기억나세요?

가슴에 꼬옥 안고 자던 손,

엄마의 정직한 손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다이아 반지 끼워 드린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요, 엄마.

 

나의 다정한 보호자였던 언니!

이따금 다투기도 했지만, 언니의 잔소리가 이젠 그리워.

뚱뚱해질까 봐 밥 좀 그만 먹으라고 늘 말렸지.

걱정 마, 여기선 아무리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으니.

나를 잘 챙겨 주었던 것처럼

언니는 마음이 따뜻한 간호사가 될 거야.

 

식구들, 친구들, 그리운 얼굴들,

오늘 이렇게 둘러앉으니

난 정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슬픔 속에서도 한 살 씩 나이를 먹고

마음의 나이테도 하나씩 늘고

서로 이해하고 그리워하는 법도 알게 되겠지요.

 

나는 친구들과 잘 지내요.

우린 새로운 세상에서 여행을 계속하고 있어요.

잠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지요.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어른들도 없구요.

물론 시험 걱정도 없는 세상이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 마음껏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그러니 제 걱정은 그만하고 잘 지내세요.

말괄량이 소녀가 이렇게 활짝 웃고 있으니까요.

 

다윤아, 오늘은 꼭 가도록 할게.

사랑하는 아빠, 엄마, 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오늘은 바로 내 생일이니까.

 

의자를 신고 달리는(나희덕 외,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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