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첼로소나타 2번Sonate pour violoncelle et piano en sol mineur op. 5 n°2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17번Sonate pour piano n°17 en ré mineur op. 31 n°2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무반주첼로모음곡 1번Suite pour violoncelle n°1 en sol majeur BWV 1007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첼로소나타 3번Sonate pour violoncelle et piano n°3 en la majeur op. 69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파스토랄레 3악장3e mouvement de la "Pastorale BWV 590"
안토니오 메네세스Antonio Meneses 첼로
마리아 조앙 피레스Maria-Joao Pires 피아노
나의 고양이, 다윤에게
단원고 2학년 9반 정다혜 생일에 / 나희덕
다윤아, 지금도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겠지.
집에 오래도록 돌아가지 못해 미안해.
엄마, 아빠, 언니, 잘 지내고 있는지…… 너무 보고 싶어.
네가 사랑스럽게 갸르릉거리는 소리도 듣고 싶고.
다윤아, 넌 그 사이에 예쁜 새끼들을 낳았겠구나.
몇 마리 낳았는지, 이름은 뭐라고 지었는지, 무럭무럭 잘 크는지?
네가 내 동생이니, 나도 조카들이 여럿 생긴 셈이네.
자세히 보렴, 나와 닮은 녀석이 있는지?
그 녀석을 특별히 사랑해 주렴.
내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시던 아빠,
내 두 볼에 쏘옥 들어가던 보조개를 좋아하시던 아빠,
생일에 EXO 음반도 사 주신 멋쟁이 아빠,
말 잘 듣는 조건으로 다윤이를 선물해 준 것도 아빠였죠.
아빠에게 받은 게 너무 많아요.
멋진 기타 연주를 들려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아쉬워요, 아빠.
우릴 키우느라 고생만 하신 엄마,
내가 부은 손을 꼭꼭 주물러 드리던 거 기억나세요?
가슴에 꼬옥 안고 자던 손,
엄마의 정직한 손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다이아 반지 끼워 드린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요, 엄마.
나의 다정한 보호자였던 언니!
이따금 다투기도 했지만, 언니의 잔소리가 이젠 그리워.
뚱뚱해질까 봐 밥 좀 그만 먹으라고 늘 말렸지.
걱정 마, 여기선 아무리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으니.
나를 잘 챙겨 주었던 것처럼
언니는 마음이 따뜻한 간호사가 될 거야.
식구들, 친구들, 그리운 얼굴들,
오늘 이렇게 둘러앉으니
난 정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슬픔 속에서도 한 살 씩 나이를 먹고
마음의 나이테도 하나씩 늘고
서로 이해하고 그리워하는 법도 알게 되겠지요.
나는 친구들과 잘 지내요.
우린 새로운 세상에서 여행을 계속하고 있어요.
잠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지요.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어른들도 없구요.
물론 시험 걱정도 없는 세상이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 마음껏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그러니 제 걱정은 그만하고 잘 지내세요.
말괄량이 소녀가 이렇게 활짝 웃고 있으니까요.
다윤아, 오늘은 꼭 가도록 할게.
사랑하는 아빠, 엄마, 언니가 기다리는 집으로.
오늘은 바로 내 생일이니까.
『의자를 신고 달리는』(나희덕 외,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