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피아노협주곡 1번Piano Concerto No. 1 in D minor, Op. 15
I. Maestoso
II. Adagio
III. Rondo : Allegro non troppo
베를린필Berlin Philharmonic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 피아노
사이먼 래틀Simon Rattle
https://www.youtube.com/watch?v=y1sfVL5Pw0A












사자는 정말 시인일까 / 마종기
사자는 정말 시인일까?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이나 사바나 초원, 아니면 탄자니아나 나미비아 같은 나라에 어슬렁거리며 하루 스물네 시간 중 거의 스무 시간을 잠만 잔다는 사자. 자는 시간 동안에는 자주 꿈을 꾸어야 할 터인데 얼마나 많은 꿈을 저장해놓았으면 그렇게 오래 잘 수가 있나. 꿈이 많고 다양해서 지상의 왕인가, 커다란 사자의 머리에는 꿈만 저장해놓았단 말인가. 쌓아 놓은 꿈은 도대체 몇 개나 되는 걸까. 시인은 꿈이 많아야 한다는데, 꿈이 많아야 좋은 시인이 될 수 있다던데. 정말일까?
그렇게 오랜 시간을 잠자면서도 평균 수명이 스무 살 정도밖에 안 된다니 짧은 수명까지도 천재 시인을 닮은 것인가. 먹는 시간을 빼면 주로 밤에만 깨어나 아프리카 하늘에 펼쳐진 수많은 별들을 본다지. 그런 시간에는 아마도 자기들 말로 웅얼거리며 사자는 시를 읊겠지. 내가 젊었을 적에 시인은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 사자같이 외로움 앞에서도 당당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지. 그게 무서워 나는 일찍 도망을 쳤어. 한데 요즈음에는 용기나 외로움이 더 이상 시인의 필수 조건이 아닌 모양이야.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사자가 가끔 출몰했었네. 지리산, 구월산이나 방방곡곡의 산골짜기에서 한밤에 잠깨어 시를 외우던 사자들, 꿈이 많아 손해 보고 고달프게 살던 사자의 꿈은 눈물에 젖어 있었고 땀내가 진동했었지. 늘 명랑한 나라를 그리고 시를 쓰며 살기를 원했지. 이제 그들은 통째로 우리의 시가 되고 땅이 되었지만 잃어버린 용기와 꿈은 어디에들 살고 있을까. 용기 있는 시인만 죽어서 별이 된다고 했지? 그 별들 바라보며 한밤에도 포효를 가다듬는 삼천리강산에 이름 없는 시인들, 사자들.
-『천사의 탄식』(마종기, 문학과지성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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