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1810-1856), 분테 블레터(다채로운 소곡)Bunte Blätter, Op. 99
3 소품Stucklein. 1. Nicht schnell, mit Innigkeit
3 소품Stucklein. 2. Sehr rasch
3 소품Stucklein. 3. Frisch
5 음악수첩Albumblätter. 1. Ziemlich langsam
5 음악수첩Albumblätter. 2. Schnell
5 음악수첩Albumblätter. 3. Ziemlich langsam, sehr gesangvoll
5 음악수첩Albumblätter. 4. Sehr langsam
5 음악수첩Albumblätter. 5. Langsam
노벨레테Novellette
전주곡Präludium
행진곡Marsch
저녁의 음악Abendmusik
스케르초Scherzo
빠른 행진곡Geschwindmarsch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World Human Rights Concert
Geneva, 12 December 2020
https://www.youtube.com/watch?v=7_mMB3VZUmM

구석 / 정윤천
시로 삼아 시집에 넣기에 만만한 것이 하나 있다. 외진 상가 부근(삼천리표 자전거 대리점 옆)이거나, 물 간 고등어 한 손 같은 것들로, 해찰 많은 걸음에 기대어 남부여대하던 허름한 장바구니의 동구 끝에 퍼질고 앉아 있기도 한다. 대량생산을 위해 벨트를 걸거나 자동 라인을 가동하지 않아도 되는 마지막 수공업과도 같은 이발소여, 그렇게 시집과 이발소는 여겨볼수록 닮아 있다. 하나는 4천 원 하던 제 몸값이 6천원이 되기까지 꼬박 십 년 넘게 걸린 영구(앞니 두 개 빠지고 칠부바지 걸친) 닮은 것의 이름이며, 다른 하나는 더 말하여 무엇 하리. 찜통에 데운 온수 한 바가지를 물뿌리개에 담아 흘러내리는 비누 거품을 잰 손길로 씻겨주고 나면, 그새, 물려놓고 온 장기판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던, 변함없는 버르장머리는 누구도 어쩔 수 없다. 애초부터 그들에겐 社訓이라곤 없다. 강령도 따로 없어서 꼴리는 대로 행간을 내거나 가르마를 타기도 한다.
삐걱임 많은 의자에 걸터앉아 녹슨 바리캉에 틀기름을 치기라도 하듯이, 그래도 어디 쓸 만한 낱말 하나 찾아나서다 보면, 저절로 쓸쓸해지기도 하던 시의 저녁 무렵이여, 두 구석이 닮았다.
-『구석』(정윤천, 실천문학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