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15번 ‘종교적’, 14번, 19번 :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 - 달빛을 깨물다 : 이원규

들꽃 호아저씨 2022. 6. 24. 04:15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피아노소나타 15 종교적’Piano Sonata n°15 in C Major "Reliquie", D.840 (1825)

I. Moderato

II. Andante

III. Menuetto. Allegretto

IV. Rondo. Allegro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피아노소나타 14Piano Sonata No 14 in A minor, D 784

. Allegro giusto

. Andante

. Allegro vivace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피아노소나타 19Piano Sonata No 19 in C minor, D958

I. Allegro

II. Adagio

III. Menuetto: Allegro

IV. Allegro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Francesco Piemontesi 피아노

Live at Wigmore Hall

https://www.youtube.com/watch?v=zA12IZ3YDOc

 

프란체스코 피에몬테시Francesco Piemontesi  피아노

 

 

 

달빛을 깨물다 / 이원규

 

살다 보면 자근자근 달빛을 깨물고 싶은 날들이 있다

밤마다 어머니는 이빨 빠진 합죽이였다

양산골 도탄재 너머 지금은 문경석탄박물관

연개소문 촬영지가 된 은성광업소

육식 공룡의 화석 같은 폐석 더미에서

버린 탄을 훔치던 수절 삼오십 년의 어머니

마대 자루 한가득 괴탄을 짊어지고

날마다 도둑년이 되어 십 리 도탄재를 넘으며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청상의 어금니가 폐광 동바리처럼 무너졌다

하루 한 자루에 삼천 원

막내아들의 일 년 치 등록금이 되려면

대봉산 위로 떠오르는 저놈의 보름달을

남몰래 열두 번은 꼭꼭 씹어 삼켜야만 했다

봉창 아래 머리맡의 흰 사발

늦은 밤의 어머니가 틀니를 빼놓고

해소 천식의 곤한 잠에 빠지면

​ 맑은 물속의 환한 틀니가 희푸른 달빛을 깨물고

어머니는 밤새 그 달빛을 되새김질하는

오물오물 이빨 빠진 합죽이가 되었다

어느새 나 또한 죽은 아버지 나이를 넘기며

씹을 만큼 다 씹은 뒤에

아니, 차마 마저 씹지 못하고

할 만큼 다 말한 뒤에 아니, 차마 다 못하고

그예 들어설 나의 틀니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어머니 틀니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장례식 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털신이며 속옷이며 함께 불에 타다 말았을까

지금도 무덤 속 앙다문 입속에 있을까

누구는 죽은 이의 옷을 입고 사흘을 울었다는데

동짓달 열여드렛날 밤의 지리산

고향의 무덤을 향해 한 사발 녹차를 올리는

열한 번째 제삿날 밤이 되어서야 보았다

기우는 달의 한쪽을 꽉 깨물고 있는, 어머니의 틀니

 

『달빛을 깨물다』(이원규, 천년의 시작,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