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
리종은 숲에서 잠들다 변주곡Variations on "Lison dormait", K.264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Chopin(1810-1849)
녹턴Nocturne op.55, n°2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피아노소나타 4번Piano sonata in e-flat major, K.282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Chopin(1810-1849)
발라드Ballade n°3, op.47
스케르초Scherzo n°1, op.20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
피아노소나타 5번Piano sonata in g major, K.283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Chopin(1810-1849)
녹턴Nocturne in e minor, op. posth.72 n°1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
피아노소나타 12번Piano sonata in f major, K.332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Chopin(1810-1849)
녹턴Nocturne op.27, n°1
녹턴Nocturne op.27, n°2
스케르초Scherzo n°3, op.39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
피아노소나타 2번에서 아다지오Adagio from piano sonata in f major, K.280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Chopin(1810-1849)
마주르카Mazurka op.30, n°4
엘리소 비르살라제Eliso Virsaladze 피아노
Moscow, Tchaikovsky Hall, 18.IX.2013
https://www.youtube.com/watch?v=vuduD8h_Kag&t=7s






맨몸으로 서다 / 김은숙
수백 년 한 몸으로 꽃잎 피고 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배롱나무 두 그루 선승의 자세로 묵언정진하고 있네
오롯이 참선 삼매경에 들어선 면벽 수도승이라 해도
한동안 넘실댔을 갈등의 산맥이 문득 만져지네
끊임없이 일렁이는 물과 불의 숨결 수액으로 나누며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피워냈을 붉은 꽃잎의 시간들이 보이네
수백 년 세월 심어진 목질의 둥근 테에
그간 오갔을 바람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는 것은
모든 사무침을 섣불리 밀어내지 않고 보듬어 안아
가파르던 산맥도 잦아들어 차츰 고요히 눈길 접고
지극한 침묵 속에 목질 단단히 익어서일 것이네
이제는 해맑은 얼굴 들어
세월의 무늬 새긴 꽃잎 한 장 한 장 촘촘히 피우며
어떤 껍질도 두르지 않은 수도승의 자세로 의연하네
어쩌면 내 생애 이 적막한 강을 건너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사무치게 찾아올 것도 같아
맨몸으로 저리 당당한 배롱나무 목질 앞에서 울컥 눈물 쏟네
오래도록 막연한 시간도 차곡차곡 쌓이면
아름다운 꽃잎 한 장 피워낼 수 있을까
그 어떤 꽃이파리 한 장 피우지 못하고
막막한 빈 공간이 되어도 좋겠네
바람이 가는 길목에 그저 우두커니 서 있어도 좋을 것이네
오랜 남루 쓸려가는 배롱나무
빛나는 맨몸의 시간
-『손길』(김은숙, 천년의시작,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