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라벨Maurice Ravel(1875-1937)
소나티네Sonatine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1875-1937)
‘거울’Miroirs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1873-1943)
환상 소품Fantasy Pieces op.3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1873-1943)
피아노소나타 2번Sonata n.2 b flat minor op.36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1873-1943)
전주곡 4번Prelude op.23 n.4
크라이슬러-라흐마니노프Kreisler-Rachmaninov
‘사랑의 슬픔’Liebesleid
예카테리나 메체티나Ekaterina Mechetina 피아노
Recital at Moscow Conservatory Great Hall, 6 Jan.2014
https://www.youtube.com/watch?v=Mx7I8v1NCic




여름잠 / 이문재
비탈밭 옥수수가 휘청거린다.
목계 쪽에서 넘어오는 바람이 찰지다.
하지 때 들어와 웅크리고 있다 보니
시계가 없어도 지낼 만하다.
한 칸 컨테이너가 그새 옛집 같아졌다.
직육면체 안팎으로 여름이 치열하다.
사흘 동안 골짜기를 빠져나간 것이라곤
찰옥수수 가득 실은 일 톤 트럭 한 대뿐
어쩌자고 같은 말을 하지 않기로 한다.
또 한바탕 들이퍼부으려는지
귀래 쪽 능선이 빠르게 어두워진다.
서울에 두고 온 걱정은 퉁틍 불어 있을 것이다.
무릎 껴안고 발톱 깎다가 문득 보았다.
백로 한 마리 솔숲으로 향하는데
하얀 날갯짓이 괜찮다 괜찮다 말하는 것 같았다.
며칠째 약 먹을 시간을 놓치고 있다 후둑
후두두둑, 솨아 솨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ㅡ 넓어질 대로 넓어진 활엽들이
세찬 빗줄기를 받아내며 일제히 도리질을 한다.
잎사귀들이 뭔가 울컥울컥 토해 내는 것 같다.
컨테이너 속의 나도 난타당한다.
게릴라성 호우는 매번 가차없다.
치악산 쪽 하안거夏安居는 흉내 낼 수도 없고
겨울잠도 어림없는 소리
그래 이 느닷없는 산거山居를
하면夏眠, 여름잠이라고 부르자.
난생처음으로 잠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동지 때까지 휴대전화 전원을 더 꺼놓기로 하자.
그래서 그리고 그런데 따위의 말은 쓰지 않기로 하자.
-『지금 여기가 맨 앞』(이문재, 문학동네,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