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 3주기에 부쳐
은수야, 너도 보았는지 모르겠다.
한강 작가가 쓴 소설 <소년이 온다>.
5ㆍ18광주민중항쟁 당시 어린 자식을 잃고 슬픔으로 삶이 무너져내린
어머니의 가슴 아픈 모습을 그린 소설이지.
그 책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와.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
어이, 돌아오소.
어어이, 내가 이름을 부르니 지금 돌아오소.
더 늦으면 안 되오, 지금 돌아오소.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이 너무 커서
다른 그 어떤 것으로도 그 슬픔을 메우지 못할 때
그 슬픔은 주체를 파괴하기도 하지.
지난 3년 동안 이 큰아빠는 애간장이 끊어졌다.
아빠의 슬픔이 너무 커서 그 슬픔이 아빠를 집어삼킬 지경이었거든.
한 달 전쯤일까.
아빠가 불쑥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가진 10 전체를 은수와 은수엄마를 위해 쓰고 살았다면
앞으로 3은 자신을 위해 쓰면서 살겠노라고.
큰아빠는 좀더 통크게
4나 5쯤 자신을 위해 쓸 수 없겠냐고 웃으면서 물었지만,
속으론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아빠의 그 얘기는
최소한의 자기 보존을 위한 눈물겨운 생존선언이었거든.
욕심이겠지만 아빠가 4주기에는 4를, 5주기에는 5를 썼으면 좋겠구나.
슬픔과 애도가 공존하는 균형 속에서
은수와 엄마를 오랫동안 추모했으면 싶구나.
너도 그러길 바라지?
아빠는 얼마 전부터 네 추모 블로그에서
역사의 현장에서 산화해간 네 또래의 친구들을 함께 추모하고 있어.
너와 너의 친구들의 죽음은 개인적 죽음 이전에 사회적 죽음이야.
우리 사회공동체가 언제까지고 너희들의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똑같은 실수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지.
진정한 애도란 그런 거라고 이 큰아빠는 생각해.
가을이 훌쩍 겨울로 건너뛴 듯
오늘은 몹시 춥구나.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옷깃을 여몄다.
하늘도 너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하구나.
낼모레 우리 만나자.
큰아빠가 네가 좋아하는 들국화 한 송이 들고 찾아갈게.
비록,
흐르는 시간은 무심해도
우리는 ‘너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오늘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은수야!
-큰아빠가 은수를 부르며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Live in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2015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파르티타 1번Partita No. 1 in B-flat Major, BWV 825
I. Praeludium
II. Allemande
III. Courante
IV. Sarabande
V. Menuet
VI. Gigue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7번Piano Sonata No. 7 in D major, Op. 10 No. 3
Ⅰ.Presto
Ⅱ.Largo e mesto
Ⅲ.Menuetto: Allegro
Ⅳ.Rondo: Allegro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피아노소나타 14번Piano Sonata No 14 D 784 A minor
Ⅰ.Allegro giusto
Ⅱ.Andante
Ⅲ.Allegro vivace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악흥의 순간 여섯Six moments musicaux, D 780, Op 94
Ⅰ. Moderato
Ⅱ. Andantino
Ⅲ. Allegro moderato
Ⅳ. Moderato
Ⅴ. Allegro vivace
Ⅵ. Allegretto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Jrh31MrMT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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