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 1주기 추도사
너를 보내며
은수야, 지난 1년은 참으로 슬펐다.
너를 잃은 슬픔이 너무 커서
압도적 상실감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밥을 먹어도, 길을 걸어도, 잠을 자도 슬펐다.
주말마다 네 아빠를 찾았다.
가는 걸음은 무거웠고
돌아오는 길은 늘 절망의 나락이었다.
애써 웃으려 해도 나오는 건 눈물이었다.
육신과 영혼이 산산이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
꿈을 꿔도 슬픈 꿈만 꾸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아빠는 애도의 마음을 담아
진혼 의식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치렀다.
매일매일,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0시에 홀로 일어나
슬픈 영혼을 위무하는 음악을 촛불과 함께 너의 영전에 올렸다.
촛불과 함께 일렁이는 선율 속에서
아빠도 너도, 최소한의 위안을 얻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너무 크면 우리 몸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걸 몰랐다.
너무나 큰 슬픔은 거리두기를 용납하지 않았고,
급기야 육신과 영혼을 잠식했다.
엄마는 떠났고, 아빠는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걸어 잠갔다.
은수야, 이제 네가 엄마와 아빠를 도와줬으면 좋겠다.
알고는 있지만 모르는 것을 아는 너의 능력으로
그리움을 기억의 저편에 잘 저장했다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불러낼 수 있도록 말이야.
얼마 전 터키를 다녀왔다.
너한텐 미안한데, 엄마와 아빠는 함께 가지 못했다.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투어.
거대한 풍선에 바람을 불어 넣어 부풀리고,
그 공기를 거대한 버너로 쉼 없이 데워가면서
100대의 열기구가 동시에 새벽하늘을 가르며 떠올랐다.
아침놀, 버너가 내뿜는 빨간 불빛, 이어진 일출, 사람들의 탄성.
자연과 인공이 어울려 빚어내는 장관이었다.
갑자기 슬퍼졌다. 억울하고 분했다.
세상에는 볼 게 이렇게 많은데,
아직 못 본 것, 못 해본 게 너무도 많은데,
너는 여기에 없구나.
은수야, 미안하지만 이제 너를 보내려 한다.
슬픔이 우울이 되지 않도록
너의 미소와 너의 의미가 언제까지나 살아있을 수 있도록
이제 너와 웃으며 작별하려 한다.
그래도 너무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미산 학교 안에 너를 기억하는 연구소가 만들어졌으니까.
<학교폭력및따돌림연구소>
예쁜 이름은 아니지만,
그 이름과 함께 너는 우리들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거야.
그러니 슬퍼 말고 잘 가렴.
엄마 아빠 너무 마음에 두지 말고,
이쪽 세상일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씩씩하게 가렴.
오늘 우리 헤어져도
우린 다시 만날 거니까.
우리가 원하는 때,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언제나, 반드시, 꼭.
안녕.
은수 1주기에 큰아빠가
Grigory Sokolov plays Schubert, Beethoven, Rameau, and Brahms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즉흥곡 1번Impromptu 1 in C minor Op. 90, D. 899
즉흥곡 2번Impromptus Nr. 2 in E flat major Op. 90, D 899
즉흥곡 3번impromptus, No. 3 in G flat major (Andante) Op. 90, D. 899
즉흥곡 4번Impromptus No.4 In A Flat Major (Allegretto) Op.90, D.899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피아노 소품 셋3 Klavierstücke D. 946
I. Allegro
II. Allegretto
III. Allegro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Piano Sonata No. 29 in B-flat major, Op. 106 "Hammerklavier"
I. Allegro
II. Scherzo : Assai vivace
III. Adagio sostenuto
IV. Introduzione : Largo...Allegro - Fuga : Allegro risoluto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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