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 김남주

들꽃 호아저씨 2023. 2. 4. 00:41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 김남주(1946-1994)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

서로 속살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2023. 02. 04.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