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은수에게

들꽃 호아저씨 2023. 3. 3. 07:33

 

 

유은수(1999년 3월 3일-2018년 10월 20일)
멘탈 갑인 나를 단 한 번에, 순식간에,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분 바로 이분, 유은수

 

 

은수에게

 

은수야,

만 스물하고도 세 해, 삼월하고도 셋째날

오늘 너의 생일에

나는 너의 의미를 가슴에 새긴다.

 

생일은 해마다 찾아오는 습관 같은 의식(儀式)일 뿐일까.

일기일회(一期一會)

너는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맺은 딱 하나뿐인 소중한 인연이고

생일인 오늘 너를 대면하는 이 순간은

내 생애에 주어진 딱 한번의 소중한 시간이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거야.

우리에겐 매일매일이 의미있는 날들이지만,

오늘 같은 네 생일날은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지.

 

망각은 시간과 나란히 간다지만

너에 대한 기억은 거꾸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또렷해지고 분명해지고 있어.

비록 너의 신체는 한줌의 뼈로 화했지만

너의 정신과 마음은 더 선명하게 남아

유한한 존재인 내게 영원한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나는 너로 해서

좀더 착해지고

좀더 겸손해지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좀더 소중히 여기고

좀더 건강해지고

좀더 지혜로워지려 노력하고 있단다.

네가 나에게 준 고마운 선물이지.

 

나 또한 언젠가는 너 있는 곳으로 가리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과거를 살 수도, 미래를 살 수도 없어.

다만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을 뿐이지.

그 순간순간들이 모이고 쌓여 너와 나,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지.

내가 어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니.

 

오늘 너의 생일에 내가 할 일은

아무 불안 없이, 아무 두려움 없이

열렬히 너를 만나고 너를 사랑하는 것,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오늘 이 순간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것.

그게 내일의 나, 내일의 은수를 만들어 줄테니까.

은수야, 생일 축하해!

 

"좋아요, 큰아빠. 아빠랑 최선을 다해 잘 살아 주세요. 엄마랑 제가 응원할께요."

"고맙다, 은수야. 여기서도 아빠하고 내가 엄마랑 너를 응원할께.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