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라벨 ‘볼레로’ : 알론드라 데 라 파라, 세르주 첼리비다케 - 오늘 하루만이라도 : 황동규

들꽃 호아저씨 2023. 5. 16. 11:41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

볼레로’Bolero

 

WDR Sinfonieorchester

알론드라 데 라 파라Alondra de la Parra

 

Maurice Ravels "Bolero", gespielt vom WDR Sinfonieorchester unter der Leitung von Alondra de la Parra am 27. Januar 2022 in der Kölner Philharmonie.

https://www.youtube.com/watch?v=cmNEvSFWftc

 

 

오늘 하루만이라도 / 황동규

은행잎들이 날고 있다.

현관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또 하나의 가을이 가고 있군.

수리 중인 엘리베이터 옆 층계에 발 올려 놓기 전

미리 진해지려는 호흡을 진정시킨다.

해 거르지 않고 한 번쯤 엘리베이터 수리하는 곳.

몇 번 세고도 또 잊어버리는

한 층 계단 수보다 두 배쯤 되는 수의 가을을

이 건물에서 보냈다.

그가을 수의 세 배쯤 되는 가을을

매해 조금씩 더 무거운 중력 추 달며 살고 있구나.

2층으로 오르는 층계참 창으로

샛노란 은행잎 하나 날아 들어온다.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은행잎! 할 때 누가 검푸른 잎을 떠올리겠는가?

내가 아는 나무들 가운데 떡갈나무 빼고

나뭇잎은 대개 떨어지기 직전 결사적으로 아름답다.

내 위층에 사는 남자가 인사를 하며 층계를 오른다.

나보다 발 더 무겁게 끌면서도

만날 때마다 얼굴에 미소 잃지 않는 그,

한 발짝 한 발짝씩 층계를 오른다.

그래, 그나 나나 다 떨어지기 직전의 나뭇잎들!

그의 발걸음이 몇 층 위로 오르길 기다려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 집 8층까지 오르는 층계 일곱을

라벨의 「볼레로」가 악기 바꿔가며 반복을 춤추게 하듯

한 층은 활기차게 한 층은 살금살금, 한 층은 숨죽이고 한 층은 흥얼흥얼

발걸음 바꿔가며 올라가보자.

-『오늘 하루만이라도』(황동규, 문학과지성사, 2020)

 

알론드라 데 라 파라Alondra de la Parra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l(1875-1937)

'볼레로'Bolero for Orchestra

 

덴마크국립방송심포니오케스트라 Dan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세르주 첼리비다케Sergiu Celibidache 1971년

https://www.youtube.com/watch?v=gy5Ve3338-E

 

세르주 첼리비다케Sergiu Celibida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