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관현악) : 블라드미르 페도세예프 - 나의 시여 날마다 내 앞에 계시고 어느 훗날 최후의 그 한 사람 되어 주겠는가 : 김남조(1927~2023.10.10)

들꽃 호아저씨 2023. 10.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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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jotr Iljitsch Tschaikowski(1840-1893)
‘백조의 호수’The ballet "Swan Lake" (fragments)

Tchaikovsky Symphony Orchestra
블라드미르 페도세예프Vladimir Fedoseyev
January 18. 2017. Tchaikovsky Concert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p-chajkovskij-lebedinoe-ozero/

 

К 140-летию со дня первого исполнения балета. П. Чайковский – «Лебедино

К 140-летию со дня первого исполнения балета. П. Чайковский – «Лебединое озеро»

meloman.ru

 

 

 

 

 

나의 시여

날마다 내 앞에 계시고

어느 훗날 최후의 그 한 사람

되어 주겠는가

 

'나의 시에게 · 1'에서

 
 
 
▲ 『김남조』(김남조, 문학사상사, 2002)

 

 

목숨 / 김남조(1927~2023.10.10)

 

 

아직 목숨을 목숨이라 할 수 있는가

꼭 눈을 뽑힌 것처럼 불쌍한

산과 가축과 신작로와 정든 장독까지

 

누구 가랑잎 아닌 사람이 없고

누구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는

불붙은 서울에서

금방 오무려 연꽃처럼 죽어 갈 지구를 붙잡고

살면서 배운 가장 욕심 없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반만 년 유구한 세월에

가슴 틀어막고

매아미처럼 목태우다 태우다 끝내 헛되이 숨져 간

이 모두 하늘이 낸 선천의 벌족이더라도

 

돌멩이처럼 어느 산야에고 굴러

그래도 죽지만 않는

목숨이 갖고 싶었습니다

 

『김남조』(김남조, 문학사상사, 2002, 39쪽)

 

 

▲ 김남조(1927-2023.10.10) - 중앙시사매거진

 

 

 

설일(雪日)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김남조』(김남조, 문학사상사, 2002, 88-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