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난골족(族) / 백석(1912~1996)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넛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동이
육십 리라고 해서 파랗게 보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촌 삼촌 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 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 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 가는 집 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랫목싸움 자리 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서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로 샛문 틈으로 장지문 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 여우난골족 : 여우가 나오는 마을(여우난골) 부근에 사는 일가친척들
※ 진할아버지 진할머니 :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저희는 예전에 ‘진’이라는 말을 붙이면 할머니 쪽 친척을 말했습니다. 예) 진증조할머니 : 할머니의 어머니)
※ 별자국 : 천연두의 증상으로 남은 다발성 흉터. 곰보자국
※ 포족족 : 빛깔이 고르지 않고 푸른 기운이 돎
※ 매감탕 : 엿을 고아 내거나 메주를 쑤어 낸 솥에 남은 진한 갈색의 물
※ 오리치 : 평북 지역에서 오리를 잡는 데 쓰는 올가미
※ 반디젓 : 밴댕이젓
※ 삼촌 엄매 : 숙모(삼춘의 엄마, 다시 말해서 할머니가 아니랍니다)
※ 숨굴막질 : 숨바꼭질
※ 아르간 : 아랫간, 온돌방에서 아궁이 쪽이 가까운 부분
※ 조아질 : 공기놀이
※ 쌈방이 : 주사위
※ 바리깨돌림, 호박떼기, 제비손이구손이 : 아이들 놀이의 일종
※ 화디 : 등잔을 얹는 기구
※ 사기방등 : 사기로 만든 방에 쓰는 등
※ 홍게닭 : 토종닭
※ 텅납새 : 처마의 안쪽 지붕, 다른 말로 추녀
※ 무이징게국 : 새우에 무를 썰어 넣어 끓인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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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교향곡15번Symphonie Nr. 15 A-Dur, op. 141
I. Allegretto
II. Adagio–Largo
III. Allegretto
IV. Adagio–Allegretto
스베틀라노프심포니오케스트라Svetlanov Symphony Orchestra
길 샤함Gil Shaham 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Госоркестр России имени Е. Ф. Светланова, Владимир Юровский, Гил Шаха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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