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차이콥스키 ‘사계’ : 데니스 마추예프 - 겨울 숲에서 흔들렸다 : 박남준

들꽃 호아저씨 2024. 1. 10. 19:35

 

 

 

겨울 숲에서 흔들렸다 / 박남준

 

이 숲에 들기까지 얼마나 오래도록 무겁거나

낯 뜨겁게 가벼웠나

뒤축이 낡은 영혼을 버리고 누군가 걸어간 길이 있다

길을 묻는 이에게 별을 가리키듯

나무들이 직립의 팔을 들어 하늘로 향하는 곳

눈을 씻고 간절하던 시간을 떠올렸다

이곳에서는 덕지덕지 가난한 이름마저 벗어버려

몸에 걸칠 쓸쓸함도, 두려움도 없지만

바람은 끝내 고요 속에 들지 못하고

새들은 어찌하여 여기 누워 허공을 잊었는가

몸은 아직 세상의 화두에 발을 딛고 있으나

가야 할 곳, 적멸을 묻고 싶을 때 겨울 숲에 들어야 하리

“지금이 바로 그 때다”

그 속삭이듯 유혹의 곤두선 소름 끝으로

천수수천 토막이 난 채

벼랑에 선 육신을 치 떨어야 하리

혼백이 둬 번은 날아가야 하리

- 『중독자』(박남준, 펄북스, 2015, 19쪽)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1840-93)

‘사계’The Seasons, Op. 37a (Royal Concertgebouw, 2015)

 

'January' 불가에서(By the Hearth) Moderato semplice, ma espressivo

'February' 사육제(The Carnival) Allegro giusto

'March' 종달새의 노래(Song of the Lark) Andantino espressivo

'April' 눈송이(Snowdrop) Allegretto con moto e un poco

'May' 백야(White Nights) Andantion

'June' 뱃노래(Barcarolle) Andante cantabile

'July' 수확의 노래(Reaper's Song) Allegro moderato con moto

'August' 추수(The Harvest) Allegro vivace

'September' 사냥(The Hunt) Allegro non troppo

'October' 가을의 노래(Autumn Song) Andante doloroso e molto cantabile

'November' 삼두마차(On the Troika) Allegro moderato

'December' 크리스마스(Christmas) Tempo di Valse

 

데니스 마추예프Denis Matsuev 피아노

Denis Matsuev, a virtuoso in the grandest of Russian pianistic tradition, gave this remarkable recital

Live from the Royal Concertgebouw, Amsterdam,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lFgkZjFp8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