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깎는 시간 / 김재진
마음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이야기할 때 있습니다.
사각거리며 걸어가는 눈 위의 발자국처럼
내 마음속의 백지 위로 누군가
긴 편지 쓸 때 있습니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뭔가를 깎아보고 싶어 연필을 손에 쥡니다.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겨울 저녁 9시
유리창엔 김이 서립니다.
내 마음에도 김이 서립니다.
때로 몸이 느끼지 못하는 걸
마음이 먼저 느낄 때 있습니다.
채 깎지 않은 연필로 종이 위에
'시간'이라 써봅니다.
좀더 크게 '세월'이라 써봅니다.
아직도 나는
내게 허용된 사랑을 다 써버리지 않았습니다.
-<먼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김재진, 그림같은세상,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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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교향곡15번Symphonie Nr. 15 A-Dur, op. 141
I. Allegretto
II. Adagio–Largo
III. Allegretto
IV. Adagio–Allegretto
스베틀라노프심포니오케스트라Svetlanov Symphony Orchestra
길 샤함Gil Shaham 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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