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야
네 생일이구나.
겨울이 자신의 자리를 봄에게 내어줌이 못내 아쉽고 싫은가보다, 꽃샘추위가 대단해.
은수가 태어나던 그해는 어땠을까, 그날도 가는 겨울의 시샘이 대단했을까.
아무리 춥고 아무리 매서운 꽃샘추위여도 네가 태어나던 날은
은수 엄마, 아빠 호아저씨에게 어느 해보다 따뜻한 봄날이었을 거야.
자식은 부모에게 그런 존재이지. 하늘의 어떤 별보다 빛나고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
그런 은수를 학폭으로 떠나보내고 엄마, 아빠 두 분은 자기 앞에 놓인 생을 어쩌지 못했을 거야.
비록 은수 엄마와 아빠 호아저씨의 마음을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자식을 둔 부모 마음은 다 그렇지.
때로 세상살이가 퍽퍽하고 힘들어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는 존재, 그런 존재가 자식이거든.
은수야
호아저씨는 블로그에서 종종 은수를 불렀지.
은수야, 아버지!
나는 이 말이 잊히지 않는구나.
어느 시인이 말했어.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뜨겁고 아플 수 있다고.
가슴에 맺힌 너의 이름을 차마 입안에서 토해내지 못하고
블로그에 짧게, 가만히 불러보는 아빠. 얼마나 뜨겁고 아팠을까.
은수야,
은수 엄마 선희 님, 은수 아버지 호아저씨!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라고 부르듯 세 분을 가만히 불러봅니다. 모모는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라고 해요.
은수야,
아빠가 생전에 “은수야, 아버지!”라고 부르며 너를 사랑하고 기억했듯이,
큰아빠와 하루마음, 그리고 은수를 사랑하는 이들이 너를 부르고, 은수 엄마와 아빠 호아저씨를 부를 거야. 그리움의 이름으로.
사랑으로 너를 부른다
은수야!
2024.03.03 은수 생일에 하루마음이
덧붙임 :
아, 은수도 알지.
3월 7일부터 하는 은수와 『우리는 왜 끊임없이 곁눈질을 하는가』 네 번째 함께 읽기 말이야.
많은 분이 함께하겠다고 책 인증을 하셨단다.
고맙지.
너로 인해 삶을 배운다, 고마워!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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