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미터 / 허연
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때가 오면 바위채송화 가득 피어 있는 길에서 너를 놓고 싶다
-『오십 미터』(허연, 문학과지성사, 2016)
![](https://blog.kakaocdn.net/dn/buzbxO/btsGf9VwqUM/Gkjm8svhZGteGmq94O1nkk/img.jpg)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1840-93)
‘사계’The Seasons, Op. 37a (Royal Concertgebouw, 2015)
'January' 불가에서(By the Hearth) Moderato semplice, ma espressivo
'February' 사육제(The Carnival) Allegro giusto
'March' 종달새의 노래(Song of the Lark) Andantino espressivo
'April' 눈송이(Snowdrop) Allegretto con moto e un poco
'May' 백야(White Nights) Andantion
'June' 뱃노래(Barcarolle) Andante cantabile
'July' 수확의 노래(Reaper's Song) Allegro moderato con moto
'August' 추수(The Harvest) Allegro vivace
'September' 사냥(The Hunt) Allegro non troppo
'October' 가을의 노래(Autumn Song) Andante doloroso e molto cantabile
'November' 삼두마차(On the Troika) Allegro moderato
'December' 크리스마스(Christmas) Tempo di Valse
데니스 마추예프Denis Matsuev 피아노
Denis Matsuev, a virtuoso in the grandest of Russian pianistic tradition, gave this remarkable recital
Live from the Royal Concertgebouw, Amsterdam,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lFgkZjFp8qo
'음악과 시가 만날 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이콥스키 ‘사계’ : 데니스 마추예프 - 산수유꽃 : 박형준 (1) | 2024.04.02 |
---|---|
브루크너 교향곡 9번 : 이반 피셔 - 삶 : 김용택 (0) | 2024.04.02 |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 그리고리 소콜로프 - 맨 처음의 봄 : 오광수 (0) | 2024.03.28 |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5 : 길 샤함,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 이규리 (0) | 2024.03.25 |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열 : 그리고리 소콜로프 - 주일 2 : 천상병 (0) | 2024.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