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대답 / 천양희
내가 세상에 와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말보다 침묵으로 말하겠다
강변에 나가 앉아
물새야 왜 우느냐 물어보았던 것
나는 왜 생겨났나 생각해보았던 것
내가 세상에 와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흘러가는 말로 다시 말하겠다
강가에 서서
그냥 미소 짓고 답하지 않는 노을을 오래 바라보았던 것
나는 왜 사나 알아보았던 것
내가 세상에 와
제일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거듭 묻는다면
사람의 말로 거듭 말하겠다
무릎 꿇고 앉아
남의 고통 앞에 '우리'라는 말은 쓰지 않았던 것
나는 왜 사람인가 물어보았던 것
내가 세상에 와
끝까지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끝까지 묻는다면
마지막 남은 나의 말로 끝까지 말하겠다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 살려주고 떠나는 것
다시는 몸 받지 않겠다며
나를 잃는 것
-<지독히 다행한>(천양희, 창비, 2021)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32번Klaviersonate Nr. 32 in c-Moll Op. 111
I. Maestoso-Allegro con brio ed appassionato
II. Arietta-Adagio molto, semplice e cantabile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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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钢琴】Grigory Sokolov, 贝多芬: C小调钢琴奏鸣曲, Op.111, Beethoven: Piano Sonata in C minor_哔哩哔哩_bilibili
With the final Sonata in C minor, Op.111, we have a summation of the eternally Beethovenian themes of struggle and resolution: a stormy and contentious first movement followed by a second movement consisting of set of variations that moves from serenity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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