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 추모 실시간 음악 감상
보고 싶은 은수에게
은수야, 오늘이 네가 이 세상에 온 날이구나.
미역국도 끓여주고 곶감도 사주고 싶은데, 너는 더 이상 여기 없구나.
눈에 밟히는 엄마, 아빠를 두고 무엇이 그리 급해 서둘러 떠났니?
너를 생각하면서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깨닫는단다.
네가 우리에게 온 이날,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이날,
역설적이게도 너의 부재에 대해, 떠남과 죽음에 대해 사무치게 생각하게 되는구나.
너는 삶을 다섯 배로 강렬하게 살다 갔다.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노여움을 너는 다섯 배의 크기로 느끼면서 살았다.
네가 온몸으로 보여주기 전까지 우리는 몰랐다.
네가 그저 우리만큼 즐겁고, 우리만큼 힘들고, 우리만큼 슬플 거라 생각했다.
네가 슬플 때 우리는 너만큼 충분히 슬퍼하지 못했고, 네가 노여울 때 우리는 너만큼 충분히 노여워하지 못했다.
시간은 많고, 항상 우리 편일 거라는 게으르고 근거 없는 믿음 속에서 네 마음을 섬세하게 살피지 못하고 시간을 탕진한 게 못내 한스럽고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제는 안다.
너는 죽음으로써 우리의 무딘 감각을 일깨워주었다.
135일 전, 10월 20일 너는 이 세상을 떠났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또 오늘처럼 여기 모일 것이다.
너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살아있음의 의미를 되새길 것이다.
우리는 너의 죽음 속에서 삶을 보고, 너의 삶 속에서 죽음을 본다.
너로 해서 우리는 삶과 죽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하여, 너는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항상 우리 옆에 있음을 느낀다.
은수에게 부탁할 게 하나 있단다.
꼭 들어줄 거지?
엄마, 아빠에게 웃음과 여유와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네 부탁도 들어줄게.
뭐라고?
“엄마 아빠 잘 지켜달라고. 안 그러면 슬퍼서 울어버릴 거라고.”
2019년 3월 3일에
큰아빠가 은수에게
우리는 왜 은수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가?
살아있는 우리가 은수를 기억하는 건, 기억해야만 하는 ‘의무’이기 때문이 아니라 편안하고 느긋하게 기억해도 괜찮은, 누려야 할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늘 이것이 ‘권리’라는 사실을 살아있는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입니다.
2019년 3월 3일 오늘은 은수의 스물한 번째 생일입니다.
2018년 10월 20일 죽고 나서 처음 맞는 생일이기도 합니다.
남은 인생 은수의 부모답게 품위를 잃지 않고 살겠습니다.
모든 근본문제는 이제 더는 은수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2018년 10월 20일, 나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었다.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딸을 잃은 슬픔도 크지만
동지로서 사랑하는 동지를 잃은 슬픔이 더욱 크다.
2019년 올해 딸의 나이는 스물한 살.
스무 해 동안이나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떠났다.
유은수의 노래 안토니오 비발디 '사계'
철마다 한 번씩만이라도 살아있는 은수를 만날 수 있다면 내가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안토니오 비발디 '사계', 율리아 피셔 바이올린,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아카데미 실내관현악단)
https://www.youtube.com/watch?v=kS-W3lfcVvY
철마다 한 번씩이 아니라 날마다 한 번씩이어도 모자랍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야 하는 마음은!
형,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세월호 아이들이 살해되었을 때 그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며 서울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행진을 눈물로 왔다 갔다 한 형과 형수의 심장에 왜, 또 누가 칼을 꽂는지! 다른 누구도 아닌…!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모든 세상의 짐과 시련은 늘 한결같은 사람에게 주어지고, 그 세상의 짐과 시련을 이겨내고 세상을 좀 더 맑고 밝게 만드는 사람도 늘 한결같이 모든 불의에 맞선 그 사람들에게 주는 참 권리라는 것을요!
세상이 알아주든지 말든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형과 저는 잘 압니다.
그래서 은수 동지는 언제나 저희를 보며 빙그레 웃고 있지요.
형과 형수님의 마음을 쓰라리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요, 저와 형이 어둠을 밀어내며 살아온 유일한 삶의 참뜻이요,
은수 동지도 너무나 잘 아는 진실이니까요!
2019년 3월 3일에
은수 작은아버지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과 2,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피아노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1 BWV 846-869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2 BWV 870-893
https://www.youtube.com/watch?v=1osi_pQcUdM
누구는 천상의 소리라 하지만 내겐 고통과 슬픔의 소리이기도 하고 절대고독 같은 소리이기도, 딛고 일어서려 바흐처럼 내 깊은 마음의 밑두리에서 흐느끼다 찢고, 치고 올라와 모든 요동을 잠재우고 비로소 고요하고 맑게 흐르는 기쁜 영혼의 노래이기도 합니다-은수 작은아버지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Suites violoncelle JS Bach / Marc Coppey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바흐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BWV1001-BWV1006)
크리스토프 바라티(Kristóf Baráti) 바이올린
https://www.youtube.com/watch?v=wqaFYeZ6D3o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피아노소나타 32 전곡The Complete (32) Piano Sonatas, 클라우디오 아라우Claudio Arrau
https://www.youtube.com/watch?v=F__LuHDJko0&t=44s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현악사중주 15 전곡The Complete (15)String Quartet
https://www.youtube.com/watch?v=M-RM8SnsIp0&list=PL0dYx2N3BTuTRa4gkkP0IOoM9yTx-k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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