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듣는 음악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일천 번 듣기 D-200

들꽃 호아저씨 2019. 11. 7. 08:01



D-200

올 한 해 바흐 무반주첼로 일천 번 듣기, 이제 거의 다 왔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Marc Coppey. Juin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바흐 무반주첼로를 집중해서 연속으로 일백 번 넘게 들으면 음악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이해하게 된다. 바흐 무반주첼로는 음악의 원형이며 모태이고 미학적으로 보자면 이만한 걸작이 없다. 바흐 무반주첼로가 곧 바흐.

바흐 무반주첼로를 하루에 아홉 번 들을 수 있을까?

하루 절대시간이 24시간이니까 23시간 음악을 감상할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바흐 무반주첼로를 하루에 실제로 아홉 번 듣는다.

하루 24시간을 삼등분 하면 사람은 보통 8시간 일하고, 8시간 취미생활 하고, 8시간 잔다.

1.일하면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천운을 얻었다(기계가 없고 혼자서 일한다. 일하는 데서 먹고 자기 때문에 출퇴근이 따로 없다)

1.8시간 음악을 감상한다.

1.하루 4시간을 자는데 1시간씩 끊어서 잔다.

하루 한 끼, 위와 장을 비우면 비운 만큼 소리는 더욱 선명하고 명징하게 들린다.

자기 시간을 잘 관리한다. 특별한 일(거의 없음)이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는다.

음악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건강한 체력을 잘 유지하는 일이다(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 하루 세 끼 다 먹는다고 체력이 강한 게 아니다. 그 반대다)

문 제 는 체 력 이 다! 처음에는 하루 두 끼 먹다가 서서히 하루 한 끼! 내 나이(쉰일곱 살)에 하지 않으면 더 나이 들어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나는 하루 한 끼 먹은 지가 벌써 육 년째다.

호아저씨 2019.02.26 00:00





문자 쓰는 사위/ 서정오



옛날에 문자 쓰기 좋아하는 사위가 처가엘 갔대나 봐. 가서, 밥에 떡에 술에 암탉 잡아 주는 것까지 잘 얻어먹고 잠을 잤겠다. 뭐 시골살림에 방이나 많았겠어? 장인 영감 자는 방에 같이 잤단 말이야. 그런데 자다가 그만 일이 났어. 범이 와서 장인 영감을 물어 가더라 말이야. 옛날에야 그런 일이 더러 있었다고 그러지. 아, 이 사위가 혼이 다 빠졌어. 빨리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제 장인을 구해야 할 판이거든. 그런데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밖에 뛰쳐나가 크게 왼다는 말이, "원산맹호가 래오처가하야 오지장인을 착거하니 유창자는 지창래하고 유총자는 지총래하고 유궁시자는 지궁시래하되 무창무총무궁시자는 지장래하라. 속속래구요. 속속래구요." 이랬다지 뭐냐. 그러니까 먼 산에 사는 사나운 범이 제 처가에 와서 제 장인을 잡아가니 창 있는 사람은 창을 가지고 오고, 총 있는 사람은 총을 가지고 오고, 활 있는 사람은 활을 가지고 오되, 창도 총도 활도 없는 사람은 작대기를 기지고 오너라. 빨리 와서 구해 다오, 뭐 이런 뜻 아니겠어? 아, 이래 놓으니 어느 시러배아들놈이 오겠나? 밖에서 뭐가 벅적 외기는 하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어야 오든지 말든지 하지. 그래서 한 사람도 안 왔어. 아무도 안 오니까 장인은 속절없이 범한테 물려가고 말았지. 그 다음 날 동네 사람들이 와서 이 사위를 족쳤지. 그래, 장인 영감이 범한테 물려 가는 걸 보고도 구경만 하고 있었느냐 이렇게 말이야. 그랬더니 사위가 이러이러하게 외웠는데도 아무도 안 오더라고 그러거든. 동네 사람들이 가만히 들어 보니 참 같잖아서 말도 안 나와. 그냥 '사람 살려!' 하면 될 것을 그 따위 문자를 줄줄 늘어놓고 앉았다니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거든. "아, 그래, 장인 영감이 범한테 물려 가는 판인데 문자를 쓰고 있어? 이 오라질 놈아." 동네 사람들이 화가 나서 이놈의 사위한테 몰매를 갖다 안겼어. 그랬더니 이놈의 사위가 한다는 말이, "에구 에구, 차후로는 불용문자하오리다." 이랬다나. 이제부터는 문자를 안 쓰겠다는 말이지. 아주 문자가 뼛속까지 들어차서 그게 병이 되어 가지고 도저히 안 되겠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