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듣는 음악

제101주년 삼일절 <기미독립선언서>

들꽃 호아저씨 2020. 3. 1. 05:58



<기미독립선언서>


우리는 이제 우리 조선이 독립국이고, 조선 사람이 자주민임을 선언한다. 이리하여 세계 모든 나라에 평등한 인류의 정도를 밝히고, 우리 아들 · 딸들에게 우리 민족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릴 것을 깨우친다.


반만년 역사의 권위에 의지해서 이렇게 선언하고, 이천만 민중의 충성을 모아서 우리 겨레가 영원토록 한결같이, 마음껏 뻗어 나아가려고 이렇게 밝히고 주장하며, 세계를 개조하려는 인류의 양심과 변하는 시대의 운수에 발맞춰 나아가려고 이렇게 내세우는 것이며, 이것은 하늘의 명령이고 시대의 대세이며, 전 인류가 더불어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니, 이 세상의 아무것도 가로막을 수 없다.


역사가 비롯한 지 여러 천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민족이, 낡은 시대의 찌꺼기인 강권주의에 도취한 이웃 나라의 침략을 받아 짓밟혀 살아온 십 년 동안에 생존권을 얼마나 무참히 빼앗기고, 빼어난 겨레 정신을 펼 길이 얼마나 답답하게 막혔으며, 겨레의 존엄성과 영예를 얼마나 심하게 손상했으며, 뛰어난 기백과 독창력으로 세계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기회를 얼마나 많이 잃었냐!


아! 오래 묵은 억울을 떨치고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가올 불행을 막으며, 짓눌려 사그라진 겨레의 양심과 나라의 체통을 떨쳐 일으켜 펼치고, 사람마다 인격을 바르게 가꾸고, 불쌍한 아들 · 딸에게 부끄러운 현실을 물려주지 말고, 우리 후손이 한없는 기쁨과 복을 영원히 누리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겨레의 독립을 확실하게 해야 할 이때에, 온 인류의 착한 성품과 시대의 양심이 낳은 정의의 군사가 인도 정신으로 무장하고 우리를 돕는데, 이천만 겨레가 저마다 마음의 칼을 품고 일어서서 싸우면 어떤 강자를 꺾지 못하며, 앉아서 꾀하면 무슨 뜻인들 펴지 못하랴!


병자수호조약 이래 때때로 맺은 굳은 약속을 어긴 일본을 신의가 없다고 욕하지 않는다. 일본의 학자들은 강단에서, 정치가들은 현장에서 우리 조상이 대대로 지켜 온 터전을 식민지로 여기고, 우리 문화 민족을 야만인으로 대우하면서 오직 정복하는 쾌감을 탐내어, 우리의 오랜 사회 기초와 뛰어난 겨레 정신을 무시했어도, 그 의리 없음을 꾸짖지도 아니한다.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바쁜 우리에게는 남을 원망할 겨를이 없는, 현실 수습이 급한 우리에게는 오래 묵은 잘못을 따져 벌 줄 겨를이 없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지 결코 남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엄숙한 양심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새 운명을 개척할 뿐이지 결코 묵은 원한과 한때의 감정으로 남을 시기하거나 배척하지 아니한다.


낡은 사상과 묵은 세력의 노예가 된 일본 위정자들의 공명심에 희생당한 부자연하고 불합리한 착오 상태를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바른길과 큰 원칙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 겨레가 반대한 두 나라 합병이 위압과 차별과 거짓 통계로 두 나라의 이해를 어긋나게 하여 두 민족이 영원히 화합할 수 없는 원한의 골을 한껏 깊게 파 놓은 오늘의 실적을 봐라.


용맹하고 과감하게 옛 잘못을 바로잡아, 진정으로 동정하고 사이좋게 사는 새 세상을 열어나가는 것이 서로 화를 쫓고 복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또 울분을 품고 원한을 쌓은 이천만 백성을 위력으로 구속하면 동양의 영구한 평화를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동양의 안전과 위험의 갈림목인 지나의 사억 인민이 일본을 두려워하고 시기하는 마음을 날이 갈수록 짙고 두텁게 하여 동양이 온통 함께 넘어져 망하는 슬픈 운명을 부를 것이 뻔하지만, 오늘 우리 조선이 독립하면 조선사람은 정당하게 살면서 영화를 누릴 것이고, 일본은 사악한 길을 벗어나 동양을 지키는 중책을 완수할 것이며, 지나 사람들은 꿈에도 잊지 못하는 불안 공포에서 벗어나, 동양 평화가 중요한 부분이 되는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에 필요한 층대를 마련할 것이니, 이것이 어찌 대수롭지 않은 감정 문제냐!


아! 새 세상이 눈앞에 열렸다. 힘이 억압하는 시대가 가고 도의가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지나간 온 세기 동안에 갈고 닦아 기른 인도 정신이 바야흐로 인류 역사에 새 문명이 밝아 오는 빛을 보낸다. 온 세상에 새봄이 찾아와 만물의 소생을 재촉한다.


저 한때에는 얼음과 눈에 덮인 겨울의 혹심한 추위로 숨이 막혔지만, 이제는 화창한 바람과 따뜻한 햇볕에서 힘을 얻어 맥을 한껏 떨친다. 회복하는 천지의 운세와 변하는 세계 조류를 탄 우리에게는 주저하거나 기탄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고유한 자유권을 온전하게 지켜서, 왕성하게 사는 즐거움을 누리고, 우리의 충분한 독창력을 발휘해서 봄기운 가득한 새 천지에서 뛰어난 민족 문화의 열매를 맺자.


동포야, 떨쳐 일어나자! 양심이 우리 편에 섰으며, 진리가 우리와 나란히 가니, 남녀 모두 어둡고 답답한 골방에서 활발하게 뛰어나와, 삼라만상과 더불어 기쁘고 통쾌하게 부활하자. 안에서는 아득한 옛 조상의 넋이 우리를 은밀히 돕고, 밖에서는 온 세계의 새 정세가 우리를 지켜 주므로, 시작하면 곧 성공할 것이니 앞에 비치는 광명을 보고 달려가자.


                                                   


                                                             세 가지 공약


첫째. 오늘 우리가 펼치는 이 일은 정의 · 인도 · 생존 · 존영을 위하는 민족의 요구이므로, 오직 자유 정신을 발휘할 따름이지,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치닫지 않는다.


둘째.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한때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남김없이 발표한다.


셋째. 모든 행동에 질서를 가장 존중하고,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끝까지 떳떳하고 정당하게 한다.


                                                    


                                                   조선 건국 4252년 3월 조선 민족 대표

                                                손병희 길선주 이필주 백용성 김완규 김병조

                                                김창준 권동진 권병덕 나용환 나인협 양전백

                                                양한묵 유여대 이갑성 이명룡 이승훈 이종훈

                                                이종일 임예환 박준승 박희도 박동완 신홍식

                                                신석국 오세창 오화영 정춘수 최성모 최 린

                                                한용운 홍병기 홍기조



                                             쉽게 고쳐 쓴 〈기미독립선언서> 국어학자 이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