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삼백육십오일 그냥 일만 했으면 해, 나는 폐허 위에 서 있거든
https://www.youtube.com/watch?v=jaQNBUahXXU
눈 먼 사내의 화원
작사 작곡 정태춘
정태춘 노래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햇살 무덤
너희 날갯짓으로 꽃들을 피워주렴
아무도 볼 수 없는 그의 영혼처럼
이 화원 누구도 본 적 없지
떠나가지 마, 강변의 나비들이여
너희 명랑한 그 날갯짓 소리 그치면
풀잎 그늘 아래 꽃잎들만 쌓이고
그는 폐허 위에 서 있게 될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꿈의 영지
모든 휘파람들이 잠들고 깨이는 곳
누구도 초대할 수 없는 새벽들의
단 한 사람만의 고요한 늪지
떠나가지 마, 맑은 아침 나비들이여
옅은 안개 이슬도 꿈처럼 사라지면
거기 은빛 강물 헤엄치던 물고기들
그의 화원 위로 뛰어 오를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2010.08
https://www.youtube.com/watch?v=IliE9BOkG-E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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