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지금이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인가요?

들꽃 호아저씨 2021. 12. 12. 06:43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며칠

'몇 년,몇 월,( ),몇 시,몇 분'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 추측하건대 '몇 일'이라는 사람과 '며칠'이라는 사람이 반반쯤 될 것이다.

심지어 국어선생님이라면서 어느 것이 맞는지 물어보시는 경우도 있으니 추측이 거의 맞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며칠'이 옳다.

왜 다른 말은 모두 '몇+(년·월·시·분)' 형태인데 '며칠'만 다른 꼴인지 이상할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옷 안'이나 '꽃 위'는 [오산,꼬취]가 아니라 [오단,꼬뒤]로 소리 난다.

받침 있는 단어와 모음으로 시작되는 단어의 결합에서 일어나는 연음 현상이다.

'몇 아이'나 '몇 알'도 [며다이,며달]로 소리가 난다. 마찬가지로 '몇 월'도 [며춰ㄹ]이 아니라 [며둬ㄹ]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몇+일'의 구조라면 [며칠]이 아니라 [며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며칠]이라고 하지 [며딜]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런 까닭에 '며칠'은 '몇+일'의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글맞춤법 제27항 붙임2의 규정 '어원이 분명하지 아니한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에 따라 '며칠'로 적는 것이다.

'불이 나게'에서 온 것인지 '불이 낳게'에서 온 것인지 불분명한 '부리나케'나 '없이 여기다'에서 온 것 같지만 어디서 'ㄴ'소리가 추가됐는지 불분명한 '업신여기다'가 모두 이 조항에 해당한다.

'오라비'도 '올-'과 '아비'로 분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올아비'가 아니라 '오라비'로 적는다.

'며칠'이 '몇+일'의 구조가 아니라는 증거는 또 있다.

'며칠'의 옛말이 '며츨,몃츨,몃츳'이라는 점이다.

이런 옛말들에서 '몇'은 보이지만 '일(日)'의 흔적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으니 '몇 일'에 대한 미련은 이제 버리는 게 좋겠다.

2005/11/29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