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이래 뵈도?
'왜 이 어여쁘고 정감 가는 곳을 몰랐던가, 반성도 된다. 살면서 줄잡아 열 번은 넘게 들렀을 중림동 약현 성당만 해도 그렇다. 걔서 남대문이 그토록 가까이 보일 줄이야.'
KBS1 도시 기행 다큐멘터리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를 소개한 기사다. 한데, '걔'가 생뚱맞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걔: '그 아이'가 줄어든 말.(걔도 너처럼 이 꽃을 좋아하니?/화가가 되는 게 걔 소원이다.)
이처럼 '걔'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슷한 꼴로는 '이 아이'가 줄어든 '얘', '저 아이'가 줄어든 '쟤'가 있다. 저 기사에 어울리는 말은 '게'다. 표준사전을 보자.
*게: ①'거기(1)'의 준말.(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게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오너라.) ②'거기(2)'의 준말.(지금 신촌에 가겠다니, 게가 어디라고 이렇게 늦은 밤에 너 혼자 간단 말이냐?) ③'거기(3)'의 준말.(이 일에 대해서 게는 어떻게 생각해?) (※거기(1): 듣는 이에게 가까운 곳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거기(2):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곳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거기(3): 듣는 이를 조금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그러니, 중림동 약현성당을 가리키는 대명사는 '게②'가 될 터. 사실 조금만 신경 쓰면 줄임말은 전혀 어려울 게 없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본, 퇴계 이황의 시조 도산십이곡 가운데 9번째 연.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뵈/고인을 못 뵈도 예던 길 앞에 있네/예던 길 앞에 있으니 아니 예고 어쩔꼬.'
한데 '못 뵈, 못 뵈도'는 잘못이다. '뵈다'는 '웃어른을 대하여 보다'라는 뜻. 활용을 하면 '뵈어-뵈어서-뵈었다-뵈었습니다'가 된다. 이 활용꼴은 '봬-봬서-뵀다-뵀습니다'로 줄일 수 있다. 그러니 시조에 나온 '못 뵈'는 '못 뵈어, 못 봬'로 써야 하는 것.
사실 '밥 먹어/춤을 못 춰/그 사람을 못 봐'를 '밥 먹/춤을 못 추/그 사람을 못 보'라고 쓸 사람이 없듯이, 용언은 어간에 어미가 붙어 활용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 그러니 '봬'를 어미 없이 '뵈'로 쓴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셈이다. '이래 뵈도'가 아니라 '이래 봬도'라야 하는 걸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
<특검 수사 옥죄오자 도덕적 내상·자괴감 겹쳐 극단적 선택>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다룬 어느 신문 제목인데, 뭐가 잘못됐는지 눈에 들어오시는지….
이진원http://jinwoni@busan.com
옥-죄다
활용 옥죄어, 옥죄니
「동사」
【(…을)】
옥여 바싹 죄다.
순경이는 금시로 입술이 바작바작 타는 것 같고 오장이 옥죄는 듯 어쩔 줄을 몰랐다.≪이기영, 고향≫
나는 마치 시골집 터줏자리 속을 몰래 들여다볼 때처럼 옥죄는 마음으로 살짝 머리를 들고….≪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가슴을 옥죄는 아픔이 밀려왔다.
나는 할 말이 목젖을 옥죄었지만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친족 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과보호가 점차 나를 옥죄는 것 같아 그게 참을 수 없이 짜증스러웠다.≪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리움과 회한이 범벅이 되어 전신을 옥죄어 왔다.≪김성동, 풍적≫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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