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씨 1주기에 부쳐
오늘이 제수씨 1주기입니다.
스무날 전이 제수씨 생일이었는데, 오늘이 기일이라니요.
생과 사의 거리가 이다지도 짧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얼마전 제수씨도 아는 후배를 만났습니다.
제수씨 소식을 전했더니 그 자리에서 왈칵, 눈물을 쏟더군요.
저도 슬픔이 복받쳤는데 눈물이 되어 흐르지는 않았습니다.
저보다 제수씨가 더 잘 알 겁니다.
이 세상에는 흐르는 눈물만이 아니라 마른 눈물도 있다는 것을요.
제수씨는 힘이 참 셌습니다.
무거운 팔레트를 같이 들어올려 쌓은 적이 있는데,
제수씨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들어올리는 걸 보고
속으로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그렇게 강인했던 분이라
은수가 없는 이 비현실적인 현실을
잘 견뎌내시리라 덜컥 믿어버렸던 거죠.
아니, 애써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 겁니다.
저는 왜 못 보았던 걸까요.
저랑 함께 들었기 때문에 그 무거운 팔레트를 가볍게 들었다는 것을요.
저는 왜 못 보았던 걸까요.
그 마른 눈물 속에 아픔과 슬픔이 흘러넘치고 있다는 것을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깊은 눈이 제게 있었더라면
한번 더 만나고,
한번 더 웃고,
한번 더 손을 잡아주고, 그랬을 겁니다.
그래서 고통을 나누어 졌더라면
팔레트와도 같은 그 무거운 삶을 함께 들어올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후회로 현실을 흘려보내지는 않으렵니다.
아직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삶의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음악으로, 시로, 글로, 꽃으로, 촛불로,
끊임없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현재진행의 삶을 삽니다.
오늘 사연을 두고 돌아서면
내일 또 다른 사연이 우릴 찾아 옵니다.
그러니, 제수씨여.
외로워 마소서.
슬퍼 마소서.
그곳에서나마 내내
평안하소서.
2022.4.1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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