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 파르티타 2번, 소나타 3번, 파르티타 3번 (BWV 1001~BWV 1006)
안탈 살라이Antal Zalai 바이올린
The Evangelical Church of Siófok, 17 October 2020
https://www.youtube.com/watch?v=A3vMzn5GAOg
▲ '무명천 할머니' 진아영(1914-2004) : 제주4.3으로 인한 비극과 고통의 상징인 ‘무명천 할머니’ 진아영 할머니의 생전 모습. 진 할머니는 1949년 1월 12일 한경면 판포리에서 토벌대의 총격으로 턱을 잃고 천으로 턱을 두른채 55년을 살다가 2004년 9월 8일 생을 마감하였다.
무명천 할머니 / 허영선
- 월령리 진아영
한 여자가 울담 아래 쪼그려 있네
손바닥 선인장처럼 앉아 있네
희디 흰 무명천 턱을 싸맨 채
울음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울음이 되는
그녀, 끅끅 막힌 목젖의 음운 나는 알 수 없네
가슴뼈로 후둑이는 그녀의 울음 난 알 수 없네
무자년 그날, 살려고 후다닥 내달린 밭담 안에서
누가 날렸는지 모를
날카로운 한 발에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턱
당해보지 않은 나는 알 수가 없네
그 고통 속에 허구한 밤 뒤채이는
어둠을 본 적 없는 나는 알 수 없네
링거를 맞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그녀 몸의 소리를
모든 말은 부호처럼 날아가 비명횡사하고
모든 꿈은 먼 바다로 가 꽂히고
어둠이 깊을수록 통증은 깊어지네
홀로 헛것들과 싸우며 새벽을 기다리던
그래 본 적 없는 나는
그 깊은 고통을 진정 알 길 없네
그녀 딛는 곳마다 헛딛는 말들을 알 수 있다고
바다 새가 꾸륵대고 있네
지금 대명천지 훌훌 자물쇠 벗기는
베롱한 세상
한 세상 왔다지만
꽁꽁 자물쇠 채운 문전에서
한 여자가 슬픈 눈 비린 저녁놀에 얼굴 묻네
오늘도 희디 흰 무명천 받치고
울담 아래 앉아 있네
한 여자가
*베롱한 세상 : "밝은 세상"을 뜻하는 제주어
진아영秦雅英 / 김성규
- 1914년 생일 미상 – 2004년 9월 8일
아무도 나를 찾아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짚 더미 들쑤시는 바람 소리에 잠이 깨면
꽃이나 새들이나 놀다 웃고
장독 앞에 돌담 아래 볕이나 쬐면 좋겠다
사람들이 무섭다 발자국 소리가 무섭다
기자들이 찍는 사진도, 위로도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랴
월령리 담벼락 달빛 넘실거리면
파도치며 밀려오는 해무를 감고
간다, 이제, 간다
약기운이 떨어지면 온몸이 아파
읍내로 걸어가는 십 리 비탈길
총탄에 날아가 턱을 가리고
무명천에 아흔 살 늙은 몸으로
무자년 총탄에 잃어버린 아버지
까마귀 떼 어지럽게 날아다니던 들판을 지나
엄마 찾으러 간다
왜 이제 왔나 꾸중을 듣고
한참 울다 나를 두고 갔나 투정 부리러
발자국 소리 비명 소리에 문을 잠그고
혼자 숨어 밥을 먹다가
간다, 이제, 간다
한없이 울어도 창피하지 않은 땅으로
꽃이나 새들이나 놀러 오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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