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더블 베이스 버전) : 도미니크 바그너, 아우렐리아 비소반 - 4·3항쟁 : 양은하 어머니 증언 - 바람의 집 : 이종형

들꽃 호아저씨 2022. 4. 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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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아르페지오네 소나타Sonata in a-minor for arpeggione and piano

도미니크 바그너Dominik Wagner 더블 베이스(double bass) and 아우렐리아 비소반Aurelia Visovan 피아노(piano) play Franz Schubert's sonata in a-minor for arpeggione and piano, 더블 베이스 편곡arranged for double bass and piano.

Recording session: April 2019 at the Mozartsaal of the Wiener Konzerthaus

https://www.youtube.com/watch?v=0gbh3cwlqw8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섬 제주도는 거대한 감옥이자 학살터였다.”

 

- 4·3평화기념관

 

 

▲ 양은화 어머니 윤희춘 여사의 증언(왼쪽) / 아들 양은화 : 4·3 당시 경찰 고문으로 운명하였다(오른쪽) ⓒ 4·3평화기념관

 

“둘째 아들도, 며느리도, 큰아들도 모두 내 눈앞에서 잡혀갔어. 모두 걱정 말라면서 떠나갔는데 아무도 안 돌아와. 아직도 가슴이 가득해오면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나와. 너무나 억울해서 나는 몇 백년이고 아들을 다시 보기 전에 죽을 수가 없어. 절대로 죽을 수가 없어...”

 

- 양은하 어머니(윤희춘, 작고)의 증언

 

 

 

 

 

 

 

바람의 집 /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이종형, 삶창,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