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잘 살다'와 '잘살다'

들꽃 호아저씨 2022. 4. 2. 12:03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잘 살다'는 '잘 지내다', '잘살다'는 '부유하다'는 뜻

 

합성어로 볼지, 구의 구조로 볼지를 판단하는 요령 중 하나는

'단어끼리 어울려 무언가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는지'를 보는 것이다.

"보릿고개 시절에도 잘사는 집 아이들은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처럼 쓴다.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 1970년대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기록적 경제 발전 뒤에는 국민 마음을 하나로 묶어준 노래가 있었다. 새마을운동 하면 떠오르는 이 노래 ‘잘살아 보세’가 그것이다. 전국 어디를 가든 이 노래가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잘살아’ 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못살다’는 합성어…‘가난하다’란 뜻 담아

요즘은 잊혀가는 이 노래를 새삼 끄집어낸 까닭은 노래 제목에 띄어쓰기의 요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무수한 합성어와 파생어들의 구별에 있다. 어떤 말이 합성어인지 혹은 파생어인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띄어 쓰든 말든 할 것이다. ‘잘살다’와 ‘잘 살다’, ‘못살다’와 ‘못 살다’의 구별은 글쓰기에서 누구나 부딪치는 곤혹스러운 문제다.

 

우선 ‘잘 살다’와 ‘잘살다’를 어떻게 구별할까? “그는 마음을 다잡고 잘 살고 있다.” “병이 깊어 잘 살아봐야 1년이다.” 이런 데 쓰인 ‘잘 살다’는 잘 지낸다는 뜻이다. ‘살아가는 방식(행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비해 ‘잘살다’는 재물이 많다, 즉 부유하게 산다는 뜻이다. ‘잘’과 ‘살다’가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담았다. 합성어로 볼지, 구의 구조로 볼지를 판단하는 요령 중 하나는 ‘단어끼리 어울려 무언가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는지’를 보는 것이다. “보릿고개 시절에도 잘사는 집 아이들은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처럼 쓴다.

같은 방식으로 ‘못살다’와 ‘못 살다’를 구별해 보자. 합성어 ‘못살다’는 두 가지로 쓰인다. 하나는 ‘잘살다’의 반대, 즉 가난하게 산다는 뜻이다. “못사는 형편에 낭비해선 안 된다”고 할 때 쓰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성가셔서 견디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쓴다. “억울해서 못살겠다” 같은 게 그것이다.

그러면 띄어 써야 할 때는 언제일까? 우리 속담에 “삼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라는 게 있다. 가뭄보다 장마 피해가 더 무서움을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글자 그대로 삶을 나타내는 말을 할 때는 띄어 쓴다.

‘안절부절못하다’는 한 단어라 붙여 써

‘잘하다’와 ‘잘 하다’도 같은 요령이다. ‘잘하다’는 단순히 행위를 뜻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의미, 가령 ‘훌륭하다’란 뜻을 더한 말이다. “공부를 잘한다/노래를 잘한다/처신을 잘해라” 같은 데서 이 말의 쓰임새를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잘 하다’는 “그는 요즘 새로운 각오로 공부를 잘 하고 있다” 같은 데 쓰인다. 아무 탈 없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못하다’와 ‘못 하다’도 자연스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노래를 못해/음식맛이 예전만 못해요” 같은 데서는 ‘못하다’이다. 합성어로서 능력이 없거나, 비교 대상에 미치지 않는다는 새로운 의미를 띤다. ‘못 하다’와 비교해 보면 분명히 구별된다. “그날 시간이 없어 노래를 못 해 아쉬웠다.” “미안해서 차마 말을 못 했다.”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다.” 이처럼 단순히 ‘행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하다’의 반대말로 쓰일 때는 띄어서 쓴다.

특히 ‘-다 못해’ ‘-지 못하다’ 구성으로 쓰일 때 뒤에 있는 말을 붙여 쓸지(‘못하다’) 띄어 쓸지(‘못 하다’)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늘 붙여 쓰는 말이다. 왜냐하면 이때는 보조용언으로 쓰인 것이라 ‘못하다’가 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되지못하다/마지못하다/참다못하다’는 ‘못하다’가 앞말(본용언)과 어울려 한 단어(합성어)로 굳어진 말이므로 언제나 붙여 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안절부절못하다’도 한 단어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hymt4@hankyung.com

 

 

 

 

'잘산다고 잘 사는 거 아니고 못산다고 못 사는 거 아니다'

 

'잘 산다' '잘산다' 못 산다' 못산다'에 대한 정확한 용법을 알고 싶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예문에서 '잘산다' '잘 산다' '못 산다' '못산다'는 바르게 쓰였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사람이 비록 가난해서 '못산다' 할지라도 그의 삶이 올곧고 바르다면 그는 비록 '잘살지'는 못하지만 '잘 사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비록 부자라 할지라도 올바르게 살지 못한다면 그는 아무리 '잘사는' 사람이라도 '잘 사는' 사람이 아니라 '못 사는' 사람이다.

 

'잘살다'와 '못살다'는 '부유하게 살다', '가난하게 살다'를 뜻합니다. 이 뜻이 아닐 때는 '잘 살다', '못 살다'로 띄어 써야 합니다. 예문의 띄어쓰기는 바르게 되었습니다.

출처 우리말 배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