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 세미온 비치코프 - 기억한다 : 류시화

들꽃 호아저씨 2022. 4. 18. 16:13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 (18391881)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 (1874)

(orchestrated by Maurice Ravel)

 

I. 프롬나드Promenade

II. ‘난장이Gnomus

III. Promenade

IV. 옛 성Il vecchio castello

V. Promenade

VI. 튈르리 궁Tuileries

VII. 비들로Bydło

VIII. Promenade

IX.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Ballet of the Chickens in their Shells

X.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슈뮐레"Samuel" Goldenberg und "Schmuÿle"

XI. 리모주의 시장Limoges, le marché (The Market Place at Limoges)

XII. 카타콤Catacombæ (Sepulcrum romanum)

XIII. 바바 야가의 오두막집Baba-Yaga's Hut on Chicker Legs

XIV. 키예프의 대문The Great Gate of Kiev

 

오슬로필하모닉오케스트라Oslo Philharmonic

세미온 비치코프Semyon Bychkov

in Oslo Concert Hall. The recording was made on 27th January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XwJMpQiqCm4

 

세미온 비치코프Semyon Bychkov

 

 

 

기억한다  /  류시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오래된 상처까지 사랑하는 것이라고 쓴 시인을 기억한다

이 세상에 아직 희망을 간직한 사람이 많은 것이

자신이 희망하는 것이라고 말한 시인을 기억한다

상처 입은 사슴이 가장 높이 뛴다고 쓴 시인을 기억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에

자신이 미워졌다고 고백한 시인을 기억한다

눈사람에게

추워도 불 가까이 가지 말라고 충고한 시인을 기억한다

끝까지 울며 마지막 울음 속에

웃음이 숨어 있다고 말한 시인을 기억한다

사람이니까 넘어져도 괜찮다고 쓴 시인을 기억한다

나는 정원사이자 꽃이라고 노래한 시인을 기억한다

언제부터 시인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언제부터 시인이기를 그만두었느냐고 되물은 시인을 기억한다

누가 나를 인간에 포함시켰느냐고 물은 시인을 기억한다

나에 대한 기억이 너를 타오르게 하거나

상처 주는 일 없기를 바란다고 노래한 시인을 기억한다

꽃은 절정의 순간에

마지막을 예감한다고 쓴 무명 시인을 기억한다

별들은 작거나 부드럽지 않으며

별들은 몸부림치고 죽어 가고 불타오르고 있으며

별들은 예뻐 보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쓴 시인을 기억한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잃어버린 모든 것이 되돌아오는 것과 같다고 쓴 시인을기억한다

목소리를 잊고 노래하고

다리를 잊고 춤추라고 말한 시인을 기억한다

시를 읽고 운 적이 있던 때를 기억한다

*위쪽에서부터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벤자민 스바나, 에밀리 디킨슨, 베르톨트 브레히트, 야마자키 소칸, 골웨이 키넬, 아이다 미쓰오, 오시프 만델스탐, 윌리엄 스태포드, 요세프 브로드스키, 페르난도 페소아, 케이틀린 시엘, 네이이라 와히드, 카만드 코조리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류시화, 수오서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