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아니지 않느냐? 아니지 않으냐!

들꽃 호아저씨 2022. 4. 27. 08:17

 

 

[우리말 바루기] 아니지 않느냐? 아니지 않으냐!

집안의 재력만 믿고 빈둥대는 아들이 걱정된 아버지는 금화 한 닢을 벌어 오면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아들은 어머니께 받은 돈을 가져가지만 “네가 번 돈이 아니지 않느냐?”는 꾸지람만 듣는다. 그러길 여러 번. 아들은 맘을 고쳐먹고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가져가지만 아버지는 또 불에 던져 버린다. 힘겹게 번 돈이라며 울먹이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제야 깨달았구나!”라며 안도한다.

노동의 가치를 알려 주고 싶었던 아버지가 간과한 게 있다. “네가 번 돈이 아니지 않느냐”는 잘못된 표현이다. ‘아니지 않느냐’를 ‘아니지 않으냐’로 고쳐야 한다. 많은 이가 혼동하는 ‘-지 않느냐’와 ‘-지 않으냐’는 어떻게 구분할까?

‘않다’가 ‘-지 않다’와 같이 보조용언으로 사용될 때는 우선 앞말(본용언)의 품사가 무엇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동사 뒤에서 ‘-지 않다’ 형태로 쓰이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부정하는 의미를 나타내는 보조동사가 되고, 형용사 뒤에서 ‘-지 않다’ 형태로 쓰이면 앞말이 뜻하는 상태를 부정하는 의미를 나타내는 보조형용사가 된다. 동사일 때는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로 ‘-느냐’를 사용하고, 형용사일 때는 ‘-으냐’ 또는 ‘-냐’를 사용하므로 앞말의 품사만 알면 ‘-지 않느냐’로 쓸지, ‘-지 않으냐’로 쓸지, ‘-지 않냐’로 쓸지 답이 나온다는 말이다.

‘아니다’의 경우 형용사이므로 ‘아니지 않느냐’가 아닌 ‘아니지 않으냐’로 적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으냐”와 같이 사용해야 한다. ‘기쁘다’ ‘행복하다’ ‘즐겁다’도 형용사이므로 “정말 기쁘지 않으냐” “진짜 행복하지 않으냐” “요즘 즐겁지 않으냐”처럼 쓰인다.

‘잡다’ ‘주다’ ‘신나다’의 경우는 어떨까? 모두 동사이므로 “왜 잡지 않느냐” “생활비를 전혀 주지 않느냐” “배우는 게 신나지 않느냐”와 같이 사용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지 않냐’로는 쓸 수 없다. ‘-냐’는 “마음이 아프냐” “갈 길이 머냐”처럼 받침 없는 형용사, ㄹ받침인 형용사 어간 뒤에 붙으므로 ‘않다’와는 결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은희 기자http://eunhee@joongang.co.kr%20%20%E2%80%8B

​[우리말 바로쓰기] 명백한 사실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언제 돈을 갚느냐고 물었다”라고 하지 “언제 돈을 갚으냐고 물었다”라고 하지 않는다. 거꾸로 “어느 산이 높으냐고 물었다”라고 하지 “어느 산이 높느냐고 물었다”라고 하지 않는다. 여기서 ‘갚다’처럼 동사인 말에는 ‘-느냐’가 쓰이고 ‘높다’처럼 형용사인 말에는 ‘-으냐’가 쓰임을 알 수 있다.

​그럼 ‘않다’라는 말에는 ‘-으냐’가 쓰일까, ‘-느냐’가 쓰일까. ‘않다’는 ‘아니하다’의 준말인데 동사도 되고 형용사도 된다. ‘않다’ 앞의 말이 동사이면 ‘않다’도 동사이고 ‘않다’ 앞의 말이 형용사이면 ‘않다’도 형용사이다. ⑴, ⑵에서 보는 것처럼 ‘가다’는 동사이므로 ‘않느냐’가 쓰였고 ‘좋다’는 형용사이므로 ‘않으냐’가 쓰였다. ⑴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⑵ 좋지 않으냐고 물었다

​‘않다’ 앞의 말이 ‘-이다’일 때에는 어떻게 될까. ⑶ 명백한 사실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⑷ 명백한 사실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때의 ‘-이다’는 서술격조사로서 형용사와 같은 방식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⑶의 ‘명백한 사실이지 않으냐고 말했다’가 맞다.

​더 복잡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⑸ 설문조사조차 응하질 않지 않으냐고 말했다

⑹ 설문조사조차 응하질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⑸와 ⑹ 중에서는 ⑹이 맞다. ‘응하다’가 동사이기 때문에 그 다음의 ‘않지’는 동사이고 따라서 마지막 ‘않다’ 역시 동사이다. 그러므로 ‘응하질 않지 않느냐’가 맞다.

출처 우리말 배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