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차이콥스키 교향곡 3번 : 발레리 게르기예프 - 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

들꽃 호아저씨 2022. 4. 29. 18:23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1840-93)

교향곡 3번Symphony No. 3 in D major, Op. 29

I. Introduzione. Moderato assai - Allegro brillante

II. Alla tedesca. Allegro moderato e semplice

III. Andante elegiaco

IV. Scherzo. Allegro vivo

V. Finale. Allegro con fuoco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Mariinsky Theatre Orchestra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

https://www.youtube.com/watch?v=EX1laOAYYwQ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

 

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 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

-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이성복, 문학과지성사,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