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리스트 ‘죽음의 춤’ : 도미니크 샤모, 유카-페카 사라스테 - 삶의 앞쪽 : 황동규

들꽃 호아저씨 2022. 5. 2. 12:26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죽음의 춤'Totentanz

 

쾰른 WDR심포니오케스트라WDR Sinfonieochester

도미니크 샤모Dominic Chamot 피아노

유카-페카 사라스테 Jukka-Pekka Saraste

https://www1.wdr.de/mediathek/video/klangkoerper/sinfonieorchester/video-franz-liszt---totentanz-100.html

 

Franz Liszt - Totentanz

Unter der Leitung von Jukka-Pekka Saraste spielte das WDR Sinfonieochester am 31. Dezember 2016 in der Kölner Philharmonie Liszt´s „Totentanz“. Am Klavier spielt Dominic Chamot.

www1.wdr.de

 

 

유카-페카 사라스테 Jukka-Pekka Saraste

 

 

 

삶의 앞쪽 / 황동규

해 질 무렵

해 넘어가는 곳으로 물려가며 불타는 조개구름들

저녁 해 받으며

둥지로 가는 새들이 서로 주고받는 나직한 날갯짓들

다 한없이, 한없이, 마음 끌지만,

내가 갈 때는 삶의 앞쪽

해 동트는 쪽으로 몸 돌린 채 가게 해다오.

동해안 펜션이 좋지만

해 돋는 곳이면 그 어딘들 어떠리.

어떤 파스텔 톤이 제대로 뜰 수 있으랴.

어둑한 하늘 한켠에서

지상의 밝은 꽃잎들 가려 모아 우린 꽃물

스멀스멀 번지는 저 황홀을?

그래, 다시 하루다.

꽃잎 흩날리는 하루, 낙엽 밟히는 하루를

가리지 않고 살았다.

그 하루들 가운데 내일이 도통 뵈지 않는 하루엔

나도 모르게 향하던 방향을 잊지 말자.

언젠가 몸이 망설이다 마음 덜컥 내려놓으면

그 방향에서 생판 모를 형상으로 죽음이 동틀 거다.

혹시, 무심히 지나치던 고인돌들이

벌떡 일어나 배꼽춤 추는 황홀?

거기까지!

-오늘 하루만이라도(황동규, 문학과지성사, 2020)